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9
2015년 1월 2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관악산 아랫동네는 크게 세 집단이 하늘을 지배하고 있음. 절대다수 닭둘기, 소수정예 까치, 유치원 참새. 기타 박새나 몇몇 산새들이 있으나 이건 거의 풀뿌리 수준. 한 십 년을 오며 가며 보니 좀 보임.
그중 비둘기가 가장 웃긴데, 이것들은 사자 같은 습성과 지들이 사람인 줄 아는 거만함을 지녔음.
암컷들이 먹이 위치를 확보해놓으면 수컷들이 거드름 피우면서 느지막이 와서 중간에서 자리 잡고 먹는 거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짝짓기 하는 거며 수컷끼리는 맨날 쌈박질하는 것들 보면 저건 사자인가 싶음. 그리고 사람들이 와도 어지간하면 안 도망감. 저번에 귀찮아서 우산 휘휘 저었더니 거기에 맞고 푸드덕댐.
무튼 이 깡패들이 오늘도 한 건 하는 걸 봤음.
까치 두 마리가 먹이를 발견하고 둘이 먹고 있었음. 근데 조용히 먹어야 되는데 이것들은 꼭 깍깍대면서 먹음. 비둘기 한 마리가 혼자 날아가다가 이걸 발견! 그 근처로 날아오는데 까치 한 마리가 하늘을 쳐다보며 위협함. 그랬더니 도망가는 게 아니라 그 주변을 원형을 그리며 돌고 있음. 물론 매처럼 활강하면서 선회하는 게 아니라 열라 푸드덕거리면서 도는 거라 간지는 좀 떨어짐.
(약간 꿀벌이 먹이 발견했을 때 팔자로 춤추는 거랑 비슷해 보이기도 했음.)
무튼 춤 출거 다 추고 내려온 이 녀석이 미웠는지 까치는 비둘기에게 리프 어택을 시전함. (비둘기는 두발을 교차시키면서 걸어서 그런가 달려오는 힘으로 들이받는 경우가 많고 까치는 두발로 통통 뛰어다녀서 그런가 주로 공중 살법을 펼치는 경향이 있음.) 자기보다 작은놈한테 맞았는데 졸았는지 이놈이 도망감. 그러더니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와서 2:2로 대치하기 시작함. 근데 까치가 의외로 안 비키고 잘 버팀. 그러던 와중에 저 멀리서 꿀벌 춤을 본 건지 우르르 비둘기들이 달려옴. 이게 날아오면 차라리 안무서울 텐데 스무 마리의 비둘기들이 막 뛰어오면 나름 위압감이... 라기보다 이거 좀 징그러움.
이제 까치가 다구리를 당하겠구나 싶어서 좀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가온 놈들이 둘이 싸우거나 말거나 먹기 시작함. 역시 떼거리로 다니는 놈들치고 진짜 의리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음. 나름 그놈들에게는 어부지리였을지도. 그렇게 싸움은 싱겁게 끝나고 까치는 기분이 상한 건지 그냥 날아가버림 날아가면서 깍깍거리는 거 보면 기분은 나쁜 모양.
역시. 블루오션이 발견되었을 때 선점하거나 말거나 후발로 오는 거대 집단이 쓸어버리는 건 어디나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