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우리는 법을 기존의 방식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즉, 기존의 법이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면, 이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재료가 되어야만 한다. 사회를 정밀하게 묘사하여 격차를 좁히려 하는 것보다, 격차가 발생할 여지를 제거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방식이다.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에 무언가를 빼서 해결하는 것보다 더해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https://neurosciencenews.com/subtraction-cognition-18195/) 이런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을 설명할 때에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리이다. 논리는 간단할수록 명확하고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처럼 법 또한 불필요한 요소가 많을수록 현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법은 가장 간결한 언어로 존재하여야 하며, 사회 모든 요소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살인을 저지른 자는 징역 몇 년, 사기죄는 징역 몇 년, 이런 식으로 처벌의 수위를 하나하나 정해놓아서는 안된다. 대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자는 그 피해의 200%를 보상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어떠한 범죄 피해에도 적용될 수 있고 처벌도 유동적으로 가할 수 있어야만 피해자들 또한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처럼 살인은 징역 2년, 사기죄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이런 식으로 법적으로 처벌을 정량화한다면 수치의 객관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받은 피해보다 가해자가 적은 처벌을 받게 되는 순간 법은 그 의미를 잃게 되며 더 이상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없게 된다.
법조계는 오랫동안 두꺼운 법전을 밥벌이 삼으며 그 불필요한 복잡함을 자신들의 권위와 자랑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것은 권위도 자랑도 아니며 오히려 사회를 퇴보시키는 원인이다. 법전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논리적이며 빈틈이 없어지고, 그 언어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울수록 생산적이고 두려운 법이다. 어떤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툭하면 무슨무슨 특별법을 만들어서 법 조항을 누더기처럼 기워버리는 행태는 멈추어야 한다. 그 대신, 법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