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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좀 안 크면 어떠냐고?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기로

by 제니앤

어머니, 아이 키가 얼마나 크기를 원하세요?

150은 되면 좋겠어요.

네. 이대로 놔두면 150까지는 안 크죠.


우리 아이는 좀 있으면 만 7세가 되는데, 키가 108.9cm 다. 바이킹을 타고 싶어하는 꼬맹이의 소원은 110cm가 되는 것인데, 키가 더럽게 안 큰다. 한 4살 때부터인가. 영유아검진을 하면 키와 몸무게가 1% 미만이 나왔다. 그래서 5살 때, 6시간 동안 링거 맞고 채혈하면서 하는 성장호르몬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었고, 잘 먹이고 잘 재우면 그래도 클 줄 알았는데, 2년 동안 오지게도 안 컸다.


곧 초등학생이 된다. 여자아이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초경이 시작되는데, 초경이 시작되면 성장도 멈추기 마련이다. 지금 내 키도 초등학교 6학년 때 키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지금 얘가 108cm 인데, 1년에 10센티씩 큰다고 해도 초경 전까지 잘 커봤자 158이다. 근데 이렇게 더럽게 키가 안 크는데 10센티씩 클 리가 만무하다. 병원에선 잘 커봤자 145가 최종 키라고 했다.


솔직히 애가 5살 때까지는 여자앤데 키 좀 작으면 어때,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곧 초등학생이 되고, 키가 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 딸래미가 다 커도 나보다 작다고 생각하니 왠지 속상했다. 내 딸이 엄마보단 컸으면 좋겠다. 내 마음은 키 좀 작으면 어때가 아니었던 거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받지 않으면 100% 자부담으로 성장호르몬 주사 비용을 대야 한다. 얼마냐고? 매달 '아이 몸무게 x 2' 만큼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애는 17키로밖에 안 되니까 매달 34만 원이 든다. 살도 더럽게 안 찌니까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 봤자 40키로도 안 될 듯. 40키로가 된다고 해도 월 80만 원이다. 월 80만 원의 주사 값이 들면 그때는 내가 알바라도 해서 80만 원은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키가 정말로 클까? 평균적으로 매년 2센티는 더 큰다고 한다. 그러니까 5년 동안 주사를 맞으면 최종 키가 10센티가 커지는 거다. 주사 안 맞고 놔뒀을 때 145니까, 주사를 5년간 맞으면 155가 된다. 초등학교 5학년이 지나가면 초경이 곧 시작될 테니 주사를 더 맞는 게 큰 의미가 없을 테고, 이대로 진행한다면 우리 애의 최종 키는 155가 될 거다. 이 정도면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키가 쑥쑥 잘 큰다. 그래서 둘이 2년 반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데,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쌍둥이냐고 물어본다. 둘이 닮기도 닮았다. 아무리 좋게 봐 줘도 연년생이네, 한다. 첫째는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러다 동생이 자기보다 커질까봐 눈물을 뚝뚝 흘린다.


밤 9시도 되기 전에 잠들고 요즘은 밥도 잘 먹는데 얘는 진짜 왜 이렇게 키가 안 클까. 엄마, 아빠 키가 작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안 크는 건 심각하다. 친구들이 얘보다 다들 머리 하나가 더 있다.


키 좀 안 크면 어때. 살아가는 데 있어서 키가 그렇게 중요해?


맞다.


그래도 내가 키를 신경쓰지 않는 아이로 키울 자신이 없어. 아이 키가 평균에 한참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상하잖아. 아이도 어느 정도는 키가 크기를 원하고. 집에서 매일매일 밤마다 아이 엉덩이에 호르몬 주사를 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5-6년만 고생하기로.



키 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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