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4일,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학부모가 되었지요. 아이는 자기가 골라서 산 예쁜 캐릭터 책가방을 메고,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첫 수업을 듣고 온 날 저녁,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며 엉엉 울지 뭐예요. 학교에선 오래 앉아 있어야 하고 노는 시간은 아주 짧은 데다가 어렵고 낯선 것들 투성이라며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답니다.
“내일부터 학교 안 가면 안 돼? 왜 학교에 꼭 가야해?” 라며 퉁퉁 부은 얼굴로 묻는 아이를 보며 얼마나 난감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오늘의 이 에피소드를, 학교 생활 1일의 따끔한 신고식을 일기로 기록해 놓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일기는 나중에 아이와 제가 읽기에 재미있는 기록이 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부모님과 예비 초등학생 어린이가 읽는다면 생생하고도 유익한 초등학교 생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로 적어보라고 하기에는 아이의 한글 실력이 앞길을 막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직 한글을 읽고 쓰는 게 익숙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아이에게 한글이 충분히 편해질 때까지 기다리기엔, 그때까지 아이가 겪을 나날들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잠시 대필을 하기로 했습니다. 초등 1학년 여자아이는 엄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잘도 이야기하거든요. 이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초딩의 하루를 대필해보려고 합니다.
일기는 제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곤 했어요. 일기장은 무슨 말이든 귀 기울여 들어주고,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과묵하고 사려 깊은 친구였지요. 제 딸에게도 일기라는 좋은 친구를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대필 일기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쓸 예정입니다. 평소 읽어오셨던 일기의 문체와 다르더라도 놀라지 마시라고 미리 말씀드려요. 부디 이 일기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기록이 되기를, 우리 가족을 넘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많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입학 첫 날 일기 시작할게요. 재밌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