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5일, 비가 주룩주룩
오늘 아침에 내가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 왜냐하면 드디어 반짝반짝 빛나는 시나모롤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날이었거든. 내가 걸을 때마다 시나모롤 인형 키링이 달랑거리는데, 얘도 나처럼 신나서 통통 뛰는 것만 같았어. 교실에 도착해서는 가방을 책상 옆 가방걸이에 예쁘게 걸었지. 이 가방과 함께라면 뭐든 다 좋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렇게 들뜬 마음과 함께 첫 수업이 시작됐는데, 선생님이 40분 동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대. 엄마한테 듣기는 했지만, 40분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어. 3월 동안에는 학교생활을 배운다면서 선생님이 TV로 이것저것 보여주시기도 하고 얘기도 해주셨는데 별로 재미가 없었어. 나는 계속 손으로 필통 지퍼를 만지작거리고, 실내화를 벗었다 신었다 하고, 앞에 앉은 친구의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몇 개인지 한참을 세었는데도 수업 시간이 안 끝났어. 이런 수업 시간이 네 번이나 있다니! 너무 힘들잖아.
어쨌든 그렇게 지겨운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됐는데, 쉬는 시간 10분은 또 왜 이렇게 짧은 건지! 나는 집에서도 쉬를 자주 하거든? 엄마가 맨날 나한테 학교에서도 이렇게 자주 쉬하면 안 되니까 40분 참았다가 쉬하라고 했단 말이야. 역시나 학교에서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쉬가 마려웠는데, 화장실이 너무 멀리 있어. 화장실까지 가서 쉬하고 닦고 물 내리고 손 씻고 교실로 돌아와서 짝꿍한테 놀자고 하려니까 글쎄, 선생님이 벌써 쉬는 시간이 끝났다지 뭐야. 정말 너무해. 노는 시간이 너무 없잖아. 유치원에서는 틈만 나면 자유놀이 시간이라 맨날 친구들이랑 놀았다고. 그런데 학교에선 친구 사귈 시간도 없다니! 화장실이라도 유치원처럼 교실 안에 있으면 좋을 텐데.
아휴, 점심시간은 또 어땠냐면, 초등학교에선 점심을 급식실에 가서 먹어야 한대. 급식실에는 선생님이랑 반 친구들이랑 다 같이 가서, 급식실 선생님한테 밥이랑 국이랑 반찬이랑 받아서 자리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지. 나는 원래 고기는 질겨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남기면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조금씩 뜯어먹었어. 그러다보니 내가 밥을 너무 천천히 먹었나 봐. 이제 그만 먹고 싶어서 식판을 정리하고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친구들과 선생님이 안 보여. 나는 혼자서 어떻게 교실에 가야될지 모르겠는데 말야. 근데 급식실에는 왜 이렇게 문이 많은 거야? 우리 교실이 급식실 바로 옆에 있어서 좋다고 했는데, 어느 문으로 나가야 우리 교실이 나오는지 모르겠더라고.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부끄러워서 어느 문으로 나갈지 한참 고민하며 서 있다가 그냥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문을 열었는데, 다행히 바로 1학년 4반이 보이더라. 내일부턴 밥을 좀 더 빨리 먹고 친구들이랑 같이 교실에 가야겠어.
그러다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래. 그런데 돌봄 교실을 신청한 친구들은 아직 집에 못 간다는 거야. 선생님이 돌봄 교실에 가야 하는 친구들 이름을 한 명씩 불렀는데, 내 이름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선생님 입술만 쳐다봤어. 내 이름은 조이현인데, 선생님이 “조이-”하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 설마, 내 이름인가? 나 아직 집에 못 가는 거야? 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 그런데 선생님이 “조이준” 하고 불렀어. 내 짝꿍 이름이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나는 가방을 메고 실내화를 운동화로 갈아 신고 교문으로 나갔어.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우리 현이 오늘 학교 재밌었어?” 했지. 돌봄 교실 신청 안 한 엄마한테 너무 고마워서, 학교가 별로 재미없었는데도 “응.” 했어.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학교가 너무 싫은 거야. 유치원 다닐 때가 좋았는데. 다시 유치원생이 되고 싶다. 공부는 안 하고 매일매일 놀기만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면서 갑자기 막 슬퍼졌지. 그러더니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어. 엄마가 원래 처음엔 그런 거라고, 학교가 점점 더 재밌어질 거라고 말해주긴 했는데, 안 그럴 거 같아. 내일도, 모레도 계속계속 학교에 가야한다니 너무 속상해. 도대체 학교엔 왜 가야 하는 걸까? 여덟 살에도, 아홉 살에도 유치원만 다니면 좋을 텐데. 여섯 살인 동생이 너무 부러워! 다시 유치원 가고 싶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