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월요일, 해님이 빼꼼
학교 가서 좋은 건 없냐고? 다 싫은데, 딱 하나 좋은 게 있어.
입학식 날이었어. 선생님이 책상 서랍에 손을 넣어보라고 했지. 내 이름이 붙어 있는 사인펜과 공책들이 있었어. 입학을 축하하는 선물이래. 이 사인펜은 뚜껑을 아무리 열어 놓아도 절대 마르지 않는 ‘노마르지’ 사인펜이라며 진짜 좋은 거라고 선생님은 몇 번을 말하셨어. 그러고 나서 책상 옆 가방걸이에 천가방을 걸어두었으니 거기에 넣어 가라고 하셨지.
그런데 그 천가방에 핸드폰이 들어있는 친구도 있을 거라는 거야. 그 친구들은 엄마가 미리 학교에 핸드폰을 신청한 거래. 내 가방에도 핸드폰이 들어있을까? 두근두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방을 열었어. 아싸! 나도 있다! 입이 떡 벌어지고 눈가가 실룩실룩. 핸드폰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서 엄마 얼굴을 봤더니 엄마가 찡긋 윙크를 날렸어. 정말 나한테도 핸드폰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쩜 엄마는 입학식 날까지 핸드폰 얘기를 한 마디도 안 할 수가 있지? 우리 엄만 비밀 지키는 데는 선수라니까.
입학식 날 핸드폰을 들고 날아갈 듯 기뻤어. 하얀색이고 접었다 폈다 하는 건데 내 손에 좀 크긴 하지만 화면도 잘 보이고 예뻐. 엄마처럼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해 보려고 했더니, 내 건 전화랑 문자, 카메라밖에 안 된대. 그래도 괜찮아. 내 걸로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랑 이모, 친구들한테도 다 전화할 수 있는 거잖아. 빌린 거 아니고 내 거!
“할머니, 이거 제 번호예요. 저장하세요.”
핸드폰이 생기자마자 육지 사는 가족들한테 전화했는데 다들 모르는 번호라고 안 받으시지 뭐야. 그래서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문자를 써서 보냈어. 문자를 보시고는 드디어 핸드폰이 생긴 거냐며 답장도 오고 전화도 오는데 너무너무 좋았어. 그리고 핸드폰으로 엄마 사진도 찍었는데 진짜 웃기게 찍힌 거 있지! 내가 찍은 사진이랑 영상은 보고 또 봐도 재밌더라.
그런데 동생이 많이 속상해할까 봐 좀 걱정되긴 했어. 내 동생은 블록으로도 핸드폰을 만들고, 색종이로도 핸드폰을 만들 정도로 핸드폰을 엄청 좋아하거든. 그런데 자기는 없고 언니만 생겼으니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가 나지. 엄마한테 어떡하냐고 물으니 어쩔 수 없대. 동생도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2년이나 기다려야 할 텐데. 불쌍하니까 가끔 가지고 놀라고 빌려줘야겠어.
이제 학교나 학원 끝날 때도 걱정이 없어. 엄마가 어디까지 왔는지 이걸로 엄마한테 전화하면 되니까. 그리고 학교는 유치원처럼 선생님이 나를 하나하나 챙겨주실 수 없다고 하셔서 조금 걱정이 됐는데, 핸드폰이 있으니 왠지 안심이 돼. 언제 어디서나 엄마아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할 수 있으니까.
내일은 엄마랑 다이소에 가서 핸드폰에 붙일 이름 스티커를 뽑아 올 거야. ‘1학년 4반 조이현’이라고 써야지. 1학년 친구들 핸드폰은 다 똑같이 생겨서 잃어버리면 누구 건지 찾기가 어렵대. 이렇게 좋은 걸 잃어버리면 절대 안 되지! 다이소에서 다른 예쁜 스티커들도 사서 내 핸드폰 예쁘게 꾸밀 거야! 신난다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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