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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Nov 29. 2023

쉼표

글을 쓰는 중입니다

 3년 동안의 글쓰기 과정

 

 글을 쓴 이후부터 시간이 참 빠르다.

 글을 쓴 첫 해는 하루 최대 얼마만큼의 글을 쓸 수 있는 지 스스로를 시험해 보았다. 그래서 웹소설을 기준으로 5천자를 매일 쓰는 연습을 했었다. 매일 5천자는 어떻게 맞춰 쓸 수 있었지만, 글의 퀄리티가 너무 낮았다. 나중에는 왜 글을 쓰고 있는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채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흰 공간에 검은 글자들을 우겨넣고 있었다.

 두번째 해는 두 달에 1만6천자 내외 단편 1편을 쓰는 것을 목표로 각종 공모전에 참가하며 작법서를 탐독했다. 첫번째 해보다 글을 쓰는 스킬은 늘었는데 완성된 글은 자유롭게 썼던 이전 해보다 경직되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글이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을 잃고 휘청거리는 건 여전했고, 글 쓰는 재미도 잃어갔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천천히 글을 쓰면서 글쓰기 수업도 본격적으로 들어보고 더 많은 한국 문학 작품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늘 책과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럽게도 최근  한국 문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독자로서  감상하며 한 번, 창작자로서 분석하며 여러 번 읽다 보니 글을 잘 쓰는 신진 작가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본적인 것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나에게 작가라는 직업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 그 글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이것들에 답하려 하다보니 독자로서 좋아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글도 곱씹어보고, 내가 작년에 썼던 글들에서 공통적인 키워드도 뽑아보며, 관련한 철학서나 사회과학, 심리학 책들로 공부거리만 쌓여가고 있다.

 내년에는 고민에 대한 결과물을 이곳에 천천히 쌓아나갈 생각이다.  불성실한 개인 작업 일지에서 탈피해 같이 읽을 만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싶다. 



 글을 쓴다는 거

 

 쓴다는 행위는 무의식의 영역에 있던 무언가를 의식의 영역으로 길어올리는 과정같다. 그러다보니 초고에 숨겨진 어설픔과 과잉된 자아, 자기 기만 등을 글쓴이는 눈치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해 김연수 작가님은 대중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 묘사했고,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좋든 싫든 자신의 감정과 기벽, 인생관까지도 대중의 시선 앞에 용감히 드러내는 일이라고도 했나보다. 그 밖에도 현시대 최고의 베스트 셀러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부터 일제 강점기 시절 문장가인 이태준 선생님까지 국적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글쓰기에 대해 비슷한 감상을 토로한다.

  글쓰기 관련 책들마다 퇴고가 강조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시작은 작가의 일상에서 건져올린 진흙투성이의 무언가 이다. 그 속에서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발굴해 말의 형태로 두드리기 위한 퇴고의 과정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스스로를 직시하게 하는 인고의 과정이었다. 덕분에 영원히 찾아올 거 같지 않은 탈고의 순간도 마침표가 아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는 마음으로 찍는 쉼표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중입니다도, 글을 읽는 중입니다도 이 공간의 리모델링을 위해 여기서 쉼표를 찍을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읽는 중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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