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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Sep 30. 2023

나만의 플롯 노트 만들기

글을 쓰는 중입니다

 요즘도 글을 읽는 만큼 글을 쓰고 있다. 안개가 낀 듯 뭘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몰라서 괴롭더니, 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해야 할 것이 많아서 괴롭다.


 근래 집중하고 있는 건 나만의 플롯 노트 만들기이다. 쓰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른 법이라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 시작할 때 구조 분석을 세밀하게 하는 게 도움이 되어 왔다. 여기서 포인트는 양식에 빈칸을 채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이다. 처음에 내가 쓰던 플롯 노트와 합평 수업에서 공유받은 플롯 노트는 서식에 큰 차이가 없다. 제목, 줄거리, 캐릭터, 배경, 시점 등등.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빈칸 채우기를 하며 글이 안 써진다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내가 정리해 본 플롯의 공통점은 모든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순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문장은 다음 문장이 궁금하도록 써야 한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써야 한다. 작법서, 글쓰기 수업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고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막상 실천해 보니 상상의 구조를 변경하는 게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일기를 쓸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어난 일의 순서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일기는 나만 보는 하루의 기록이니까.

 엄마가 나에게 추석 아침부터 잔소리를 시전했다. 나는 화가 났다. 엄마를 돕지 않고 집을 나와 버렸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이것을 친구에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제 완전 열 받아서 집 나왔잖아. 엄마가 아침부터 잔소리하는 거 있지. 그래서 팔자에도 없는 동네 구경했다. 엄마 혼자 고생해 보라고 나왔는데, 갈 곳이 없더라고.

 아래가 스토리 플롯이다. 이야기를 보고, 듣는 사람을 고려해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행동이나 감정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그런 행동이나 감정에 대응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걸 소설 플롯으로 확장하면 소설의 절정이나 결말부터 쓰거나 최종 퇴고 본은 초고와 내용이 완전히 다를 수가 있지만, 주제는 절대 바뀌면 안 된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쓰는 사람은 그곳이 이야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플롯은 그곳에서부터 왜?와 어떻게?를 반복적으로 묻는다. 그래서 이야기의 순서와 내용이 퇴고 과정에서 수도 없이 다듬어지며 바뀔 수밖에 없다.


 그다음 플롯의 차이점은 사건 중심인지 내면 중심인지에 따라 구분한다. 사건 중심에서 독자의 궁금증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이고, 내면 중심에서 독자의 궁금증은 ‘무슨 생각(감정)인데?’이다. 보통 장르 문학이 사건 중심, 데뷔 문학이 내면 중심이지만 우리가 걸작이라 부르는 작품들은 비중의 차이는 있어도 둘 다 잘 다룬다.


 나는 조금 더 소설 플롯에 대해 공부해 보기 위해 두 가지를 시작했다. 첫번째는기존 소설을 역으로 내 스타일로 플롯노트를 써보는 것이다. 두번째는 2,000자 분량의 엽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주제로 하나는 사건 중심, 하나는 내면 중심으로.      


 나는 글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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