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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Aug 13. 2023

그래도 소설은 허구이다.

글을 쓰는 중입니다

 7월부터 8월까지는 합평 수업에 참여 중이다. 하나는 김이설 작가님이 진행하는 소설 합평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정진새 극작가님이 진행하는 비인간 관련 극작 쓰기 수업이다.

 처음에는 매주 합평 수업이 끝나면 브런치에 수업에 대한 감상평을 남겨야지 마음먹었는데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매주 글을 쓰고 읽는 것만 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하다. 아이구 좋다아아아아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태랄까?!


 합평 수업에 대한 소감은 누군가 길잡이가 되어주는 이가 있는 건 고마운 일이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헷갈릴 수 없는 것들이 헷갈리는 일이다. 때로는 무엇을 헷갈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글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순간들이 발밑에 모래처럼 쌓이고 쌓여 멈춰버린 순간 합평 수업은 좋은 선택이었다.

 수업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이제는 현실적이라는 말과 사실적이라는 말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판타지를 쓸 때는 세계관 구축부터 등장인물 설정까지 재밌던 일이 왜 현대 사회 배경의 데뷔 문학을 쓸 때는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는지 깨달았다. 착각하고 있었다. 데뷔 문학 역시 허구라는 사실을.


 판타지 세계에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공감가는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을 곤경에 빠트리는 주변인들이 있다. 그런데 공감가는 주인공은 몰개성한 주인공으로 만들고, 주인공을 곤경에 빠트리는 주변인들에게 공감가는 서사를 부여하고 싶어 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 하고 싶던 주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고, 서사의 개연성은 가출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현실이 그래서였다. 현실에서는 모두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까. 그리고 작가인 나도 그 현실의 일부이니까. 작품 속에는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기 마련이니까. 현실을 담은 데뷔 문학은 등장하는 모든 사람의 사정을 살피고 서사를 부여해야 한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물론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작가님들이 계신다. 언어의 연금술사 같은 분들이. 하지만 아직 걸음마도 못 뗐으면서 그런 걸 하겠다는 건 큰 욕심이다.     


 그래서 요즘은 플롯을 구성할 때 시점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누구의 시점으로 어느 정도의 정보를 독자에게 보여줄 것인가? 그것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시점인가?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글의 배경 세트가 지어지고, 줄거리가 나오고, 주변 캐릭터가 하나 둘 세트장으로 출근해 액션 싸인을 기다린다. 글을 쓰는 일이 다시 즐거워진 순간이다.


 나는 글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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