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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Jun 23. 2023

무엇이 에세이고, 무엇이 소설일까?

글을 쓰는 중입니다

 ‘동물과의 대화’라는 새 연재 글을 올리면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 글의 장르를 에세이로 해야 할지 소설로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동물과의 대화는 우리 가족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에세이 조건을 만족한다. 그런데 가족 이야기를 날 거쳐 간 많은 동물 이야기와 연결 지어  내 삶의 여러 시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1편 삐약이만 하더라도 중2 때 나와 5, 6살 때 나, 그리고 지금 작가로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 관점이 뒤섞여 있다.


 기억이라는 건 액체 괴물 같다. 기본적인 형태가 존재하지만, 주무르는 사람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그게 현재에서 멀리 떨어진 기억일수록 더 그렇다. 이렇게 각색된 기억으로 쓴 글은 소설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검색해 보니 에세이와 소설의 차이는 비 허구와 허구의 차이라는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검색 창은 명백한데 머릿속은 오히려 더 안개 속이다. 허구와 허구가 아닌 것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에세이 속에는 작가의 주관이 만들어 낸 허구가 존재한다. 소설 속에는 작가의 경험에서 온 비 허구가 존재한다.

 키보드 옆에서 골골송을 부르는 내 고양이는 실체가 있다. 하지만 고양이가 내가 좋아서 골골송을 부른다는 건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닐까?


 결국 나는 소설로 태그를 달았다. 마음 한편이 개운치는 않지만, 중요한 건 내용이지 태그가 아니라고 애써 외면 중이다.


 나는 글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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