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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숨 Feb 14. 2023

아침 요가 일지 #3

내가 보지 못한 타인의 시간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

2023년 2월 14일 목요일

다섯 번째 아침 요가.


입춘이 지나서인지 6시 50분에 나선 풍경이 지난날들보다 밝았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나와 새벽하늘로 알아차린 계절의 변화를 담았다.


정시에 맞추어 도착한 요가원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앉아 준비하고 있었다. 서너 개의 알람을 겨우 끄고,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나온 이불밖. 여기 와있는 이들도 나처럼 힘들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힘을 냈구나.


오늘따라 잘 되지 않는 동작이 많았다. 나란히 앉은 세 사람과 마주 본 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나의 모습. 덜 숙이고, 먼저 무너졌으며, 자주 주저앉았다. 나의 몸과 호흡에 집중하러 온 시간에 결국 옆 사람의 동작과 나의 동작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요가 선생님이 지도하는 모든 동작과 태도를 차분히 해내는 옆 사람을 보며 나는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다 옆 자리의 그녀가 겪어온, 내가 보지 못한 수많은 수련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겨우 다섯 번, 즉 다섯 시간을 수련에 투자한 나와 그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구나 깨달으며 그녀의 수려한 동작을 훌륭하게 바라보았다.


삶에서도 마찬가지. 나의 세월을 타인이 다 알 수 없듯이, 내가 보지 못한 남의 세월로 탄생한 수려한 기술을 지금의 나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몇 년 전부터 알게 된 '굿수진'이라는 여행 유튜버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하지 않을 걸 알기에 다짐하는 거라고. 다짐하는 걸 그만두고, 기쁘고 행복하고 만족했던 경험을 온 맘 다해 기억하고 그걸 떠올리는 연습을 하자고. 


비교하지 말아야지, 좀 더 열심히 해야지, 좀 더 일찍 일어나야지 등의 수많은 다짐들. 일기장에는 다짐 투성이다. 올해는 다짐보다 기억하고 상기하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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