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주제를 정하기 위한 방법 4가지
왜 책을 쓰려고 하나요?
이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책을 내려고 할 때는 그 다음까지 내다봐야한다고 하는데 사실 난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책을 발판 삼아 강의를 하고 싶다거나, 퇴사를 하고 싶다거나, 순수하게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나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은 마음, 딱 그만큼이었다.
그런데 웃긴 건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후 한번도 책이 출간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뭐가 됐든 책 한권은 만들 수 있지 않겠어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은 뭔지...... 일단 주제만 잡으면 글은 어떻게든 쓰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잘 몰랐으니까 덤빌 수 있었다. 너무 간절하다거나 뚜렷한 목표가 있지 않았기에 오히려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뭘 써야할지 주제를 정하려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했다.
왜 책을 쓰려고 하는거야? 내가 쓸 수 있는 책은 뭘까? 왜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거지?
1. 내 일생 일대기를 써보기
나는 몇남 몇녀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좋아하는 건 뭐고, 내 성격은 어떻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이렇게 공책 한장에 내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특별한 게 없었다. 대단한 실패를 해봤다거나 그 실패를 딛고 성공을 해본 것도 아니었다. 건질게 없었다.
2. 내가 관심있는 분야, 알고 싶은 분야 적어보기
책을 쓸 때 꼭 자기의 경험으로 적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궁금한 주제를 조사하고 공부해서 책을 쓸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말을 잘 못하는 게 늘 트라우마였다. 내향적인 사람도 말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이 주제로 책을 쓴다면 어떨까. 종이에 '말 잘하는 법'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마인드맵처럼 가지를 뻗어나가며 소주제를 적어보았다. 몇개 적고는 더이상 적을 수가 없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도저히 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3. 우연히 습득한 나만의 무엇 찾기
고민을 하면서 답을 찾기 위해 몇몇 책들을 찾아 읽던 중, 유독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었다. 책에서는 우연히 습득한 것도 나만의 전문지식이라고 했다. 내게 도움을 청해오는 바로 '그것'을 연구하라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어떤 시기를 헤쳐 나갔거나 다소 사소해 보이는 어떤 일을 해낸 것만으로도 당신은 내가 '우연히 습득한 전문지식'이라고 부르는 지식을 쌓았다.
-백만장자 메신저 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그나마 꾸준히 했던 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것이었다. 유별나게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7년간 꾸준히 해오는 동안 우연히 알게 된 지식들이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주제를 한번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늘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직장에서까지 관련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건 꽤나 피곤하고도 지루한 일이었다. 거기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는 세상 천지 많은데 내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이켜보니 이런 잡다함과 산만함이야말로 생활에서도 일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하는 동력이었던 것 같다. 한가지만 파고드는 덕후도, 최대한 얕고 넓게 파고드는 멀티플레이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용케 여기까지 왔다. 도대체 나는 왜 이모양일까 시무룩해지다가도, 나 자신이 결국 한 권의 잡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아무튼 잡지 중에서
하지만 이 주제야말로 내가 힘든 가운데서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이었던 건 분명했다. 책 속에서 위로를 얻은 나는 내가 가진 잡다한 지식과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나의 일, 나의 일상에 모든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독자 생각해보기
그런 다음에는 내가 쓰는 책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한두명이 떠올랐다. 단 한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이 책이 나와야할 이유는 있다고 믿기로 했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제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 내가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실행해온 것, 그것을 전달하는 메신저.
나는 메신저가 되기로 결심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왜 책을 쓰려고 하는걸까?
여전히 강력한 why는 찾지 못했다. 뭐 why가 아닌 wish여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내 사소한 일상이, 내 작은 지식이 누군가에게 닿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안고 써내려가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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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나서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
아주 큰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게 나를 정말 많이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