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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영 Feb 02. 2021

시각장애인의 과거 회상 4 (完)

과거를 기억하는 경험에 대한 바람과 소망

**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신상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으며, 아래의 내용은 모두 참가자의 동의를 얻은 후 공유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참가자 소개>


Luis - 30대 중반의 남성, 선천적 시각장애. 친구와 함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좋아하여 선착장의 작은 요트에서 살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비영리 단체에서 상담 및 기술 고문을 맡고 있다.


Ray - 30대 중반의 남성, 선천적 시각장애. 선천적으로 시각이 나빴으며, 태어난 후에는 조금의 시력이 있었지만 3살 전후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무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체육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호신술 및 카운슬링을 맡고 있다.


Meg - 20대 초반의 여성, 선천적 시각장애. 최근 대학을 졸업했다. 안내견과 함께 살며, 날씨 좋은 날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Carol - 60대 후반의 여성, 선천적 시각장애. 20년 이상 IT 회사에서 경리직으로 일하고 은퇴했다. 시각장애인 남매와 전화로 옛날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Carl - 60대 중반의 남성, 후천적 시각장애. 카메라맨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약 15년 전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시각을 잃은 후에도 영상과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현재까지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Jessie - 20대 후반의 여성, 선천적 시각장애.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Janet - 60대 후반의 여성, 선천적 시각장애. 시각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특수반에서 선생님으로 오랜 기간 교편을 잡았다. 은퇴 후 손자 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Frank - 70대 초반의 남성, 선천적 시각장애. Carol의 오빠이다. 어렸을 적부터 자동차와 보트의 엔진 소리를 좋아했다. 보트 트립을 가는 것과 오디오북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Rob - 60대 초반의 남성, 후천적 시각장애. 희귀병으로 인해 20대부터 시력이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해 30대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단체에서 기술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과 여행을 좋아한다.




이번 글에서는 각 참가자들과 진행한 9번의 인터뷰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리하였다.   


3. 과거를 기억하는 경험에 대한 바람과 소망

    3-1.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AI의 가치

    3-2. 촉감적인 경험에 대한 바람

    3-3. 남겨진 것과 남겨질 것


* 다음 프로젝트에서 고려해볼 방향성:   

소리를 통한 회상

멀티미디어를 통한 회상

촉감을 통한 회상


마지막으로 소개할 부분은 회상에 관련한 앞으로의 바람과 소망이다. 일상의 습관으로 완전히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있거나, 아직은 비현실적이지만 실현됐으면 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았다.


3. 과거를 기억하는 경험에 대한 바람과 소망

인터뷰의 끝은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다. 참가자들은 과거를 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기억을 추억하는 경험에 있어서의 바람과 소망을 공유해주었다. 대체로 이상적인 경험에 대한 바람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상상해보는 것보다는, 현재의 경험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중심이 되었다. 또한, 어떤 기술이 시각장애인으로서 느끼는 경험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3-1.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AI의 가치

AI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되는 묘사는 개인적인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잡아내지는 못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보고 들은 설명은 대단히 소중하다 (1-4. 다른 사람의 묘사를 통한 회상 참조).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항상 기대할 수는 없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독립성이 강했으며,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미지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AI(인공지능)은 종종 요긴하게 쓰이곤 했다. 물론, 이미지 프로세싱이나 머신러닝 기술이 제공하는 설명은 아직 개인적인 추억까지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묘사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저는 (AI가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요. 매우 모호하거든요. "갈색 머리의 여성이 들판에 서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듣는 게 지루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능을 사용하고는 있어요. - Jessie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던 "사진을 보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소한 어떤 것에 대한 사진인지 힌트를 주는 건 좋아요. "사람, 자연, 하늘, 숲.." 간략하지만 중요한 키워드 위주로 듣고 해석하는 편이에요. - Janet
저에게 있어서 색깔이 뭔지 아는 것은 중요해요. 감성적이기보다는 이론적이라고 말할게요. 예를 들어서, 저희 어머니가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했다는 것 자체는 감성적인 걸까요? 아뇨, 이것은 매우 이론적인(theoretical) 정보이지요. 하지만 어머니의 머리가 붉은색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어머니의 사진들과 조금 더 감성적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 Ray


색깔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Luis도 노을이 시각적으로 오렌지색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언급했듯이, 어떤 정보를 "아는 것"은 꽤나 중요했다. 궁극적으로, 사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능이 더 발전해서 개인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섬세한 묘사를 할 수 있을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이 모든 참가자들의 바람이었다.


3-2. 촉감적인 경험에 대한 바람

과거 회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촉감 사진(tactile photography)이 여러 번 언급되었다. 촉감 사진이란, 사진에 독특한 패턴 또는 깊이를 추가해서 이미지를 촉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하는 기술이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패턴화 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두께가 커지기도 한다. 딱히 정해진 규칙이나 규범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비시각장애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특수한 사진이라는 형태를 만들고, 공유하며 함께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참가자들은 촉감 사진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높은 관심과는 달리 실제로 촉감 사진을 경험해본 참가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촉감 사진은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특수한 방법을 거쳐 제작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촉감 사진은 특별한 기념품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따라서 촉감 사진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유저)은 제작 과정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촉감 사진의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울뿐더러, 원하는 패턴 또는 크기로 주문 제작할 수 있을 만큼 상용화되어있지도 않다.


장애가 있는 특수반 아이들, 특히 시각장애인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치는 일을 한 Janet은 촉감 사진을 통해 이미지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었다. Janet은 제작자에 따라서 이미지를 표현하는 패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촉감 사진을 보편화하는 것에 무리가 있었고, 촉감 사진에 사용된 패턴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3차원의 물체가 그려진 2차원의 표현을 스스로 읽고 받아들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설명 없이 3D 물체를 2D로 표현한다는 것은 마치 눈을 감고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자 안에 손을 넣는 것과 같다.

같은 이미지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의도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촉감 사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Janet은 촉감 사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참여도가 더 높아진다면 이 같은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을 촉감으로 해석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기억을 기록하고 비시각장애인들과 더 깊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고 기대했다.


Ray는 3D 프린팅 기술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시각장애인이 3D 프린팅을 배워서 3차원의 물체를 만들고 프린트할 수 있다면, 촉감 사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기념품을 직접 만들고,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적층가공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재료, 질감 및 무게를 섬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이는 기억을 훨씬 더 풍부하게 저장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적가공기술(additive fabrication technique)이란 수지, 금속 등의 재료를 가공하여 층을 쌓아 올리며 (layer-by-layer) 가공하는 방식이다. 층을 쌓아가며 생산한다는 점에서 틀(mold)을 이용하는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원하는 모양을 직접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아직 멀고 먼 얘기예요. 3D 프린팅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저만의 기념품을 잔뜩 만들 거예요. 소중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그런 것들요. - Ray


3-3. 남겨진 것과 남겨질 것

참가자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경험을 도와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발견 및 개발에 매우 긍정적이었다. 몇몇 참가자는 과거를 돌아보는 현재의 경험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인생을 기록한 유산을 남기는 방법을 고민했다. 본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자기 계발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까지의 인생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가 주제였어요. 세세한 것 까지 기억은 못하지만 그때 분명하게 떠올랐던 것은 제가 걸어온 길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느끼기에도 매우 강렬하고 확신에 찬 바람이었어요. 무엇을 하든지, 어느 곳을 가던 상관없이 저로 인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고, 그것에 감사할 수 있었으면 하고요. - Rob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제가 한 일을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해요. 제가 살았던 세상과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저의 기억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보존이 될 수 있어야겠죠. 한 번은 지인이 작은 트렁크를 주면서 '여기에 은퇴한 후에 간직하고 싶은 물건을 넣었으면 해'라고 말했어요. 그 후로 여행을 다니거나 할 때마다 틈틈이 이것저것 기록을 남겼어요. 그렇게 모은 기록을 프린트해서 트렁크에 차곡차곡 모아놨어요. 제가 떠나고 난 후에 다른 사람들이 제가 한 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무언가를 남겨놓기 위해서요. - Janet


Janet과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현재 간직하고 있는 디지털 형태의 유산을 어떻게 남기고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다른 참가자와 비슷하게 Janet은 오디오 녹음, 텍스트 파일, 사진 및 비디오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디지털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소유물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추억해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형태로 남겨지길 원했다. 과거를 회상할 때 느끼는 스스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 미래에 자신을 추억해주기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과 소망을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술로 지원해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함께 고민해가야 할 과제이다.




더욱 풍부한 과거 회상 경험을 위한 방향성

먼저, 여기까지 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약 1년 반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이기에 모아진 데이터의 양이 매우 방대했고, 세부적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다시 간추리는 작업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주제가 담겼다. 9명의 참가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참가자들이 흥미를 보였던 주제와 실현 가능한 기술을 종합해서 시각장애인의 과거 회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세 가지 방향을 정리해보았다.


소리를 통한 회상

참가자들이 간직하던 소리에 관한 데이터는 크게 '주변의 소리'와 '집중된 소리'의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2-3. 두 가지 종류의 음성 녹음 참조).

음악 라이브러리에서 앨범 또는 곡을 모아 정렬하듯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음성 녹음을 테마/주제별로 다양하게 분류하고 비교할 수 있다면 어떨까?

먼저, 소리를 세세하게 분석하여 추가적인 정보를 함께 저장할 수 있는 사운드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다. 각 소리마다 녹음된 시간, 함께 있던 사람, 장소 및 위치 데이터, 전체적인 소리의 느낌, 날씨 또는 달의 모양 등의 정보를 추출해서 아카이브에 함께 기록한다. 시간이 흘러 아카이브에 점점 더 많은 소리가 담기게 되면, 특이한 연관성 또는 규칙성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몇 가지의 소리가 재생이 되고, 힌트를 통해 이 소리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지 추측하며 기억을 떠올리고 더듬어가는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집중된 소리는 대체로 사회적인 관계를 더 긴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가족, 친구 또는 연인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음성 엽서를 디자인하는 방법이 있다. 단순한 음성메시지와는 다르게 음성 엽서마다 재생이 가능한 특정한 시간 또는 장소를 설정해놓는다던지, 음성 엽서가 담길 물리적인 "우체통"을 함께 디자인한다면, "기능"이 아니라 "경험"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과거 회상은 항상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일어날 필요는 없다. 음성이 녹음되는 시간과 재생되는 시간이 다르기에 녹음이 재생되는 동안 대화가 어색하게 중단되는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 (2-5. 소유물 위주의 과거 회상에서의 갈등 참조). 또한, 서로에게 보낸 엽서가 쌓여 비시각장애인-시각장애인이 서로 소통하며 함께 간직하고 남겨줄 수 있는 형태의 소유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회상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결과는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이나 시각 중심의 멀티미디어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반박하는 이전의 연구와 결을 같이 한다 (Bennett et al., 2018). 하지만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약간의 페이스 조절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2-5. 소유물 위주의 과거 회상에서의 갈등 참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인 기기, 클라우드 또는 SNS 계정에 모인 메시지, 디지털 사진 및 영상에 기반해 특정한 기록(또는 기억)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스무고개처럼 단계별로 추측해가는 디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가족모임 등 비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경험에서 질문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모두가 같은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만들어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시각적인 멀티미디어를 함께 즐기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이다.


촉감을 통한 회상

손 끝으로 느끼는 질감과 모양은 과거를 돌아보는 경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모든 참가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1-1. 감각을 통한 회상 참조). 대표적으로 시각적인 요소를 촉감을 통해 표현하는 촉감 사진과 특별한 기념품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팅의 두 가지로 나누었지만, 크게 본다면 3D 프린팅으로 촉감 사진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시각장애인에게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 가능하게 만드는 접근법이 우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기 회로, 납땜 또는 아두이노 등을 활용하는 제작 기술(maker skills)의 관심이 늘어가듯이 (Race et al., 2019), 시각장애인을 위한 3D 프린팅도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과거 회상과 관련지어서 특정한 질감, 음각/양각 패턴 또는 무게가 감정과 어떻게 연결 지어지는지도 흥미로운 연구주제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제는 시간을 들여 하나씩 풀어가야 할 장기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조금 더 즉각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기존의 3D 프린팅 전문가 및 관련 커뮤니티가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런칭할 수 있다. 생소하고 어려운 기술을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소통하며 배워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은, 시각장애를 불편함이 아닌 하나의 특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키가 크다, 수학을 잘한다, 감정이 섬세하다 처럼 개인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하는 상대방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과거를 회상하고 그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위에서 소개된 방법들은 다음 목표를 위한 가능성이자 윤곽선이고 출발지점이다. 세계적인 판데믹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대면 그룹 인터뷰가 제한되었기에 첫 번째 단계의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마무리해야 했다. 그렇기에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와 소통을 강조했지만 위와 같은 방향성을 참가자와 함께 나누고 교차검증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이번 프로젝트의 한계점으로 남는다.


따라서 바로 다음에 이어질 미니 프로젝트에서는 인터뷰의 결과물을 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이 즐기고, 간직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후에 판데믹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각 참가자들이 공유해준 이야기와 의견을 모두에게 공유해주고,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다 함께 피드백을 나누는 그룹 워크샵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참고문헌:

Bennett, C. L., E, J., Mott, M. E., Cutrell, E., & Morris, M. R. (2018, April). How teens with visual impairments take, edit, and share photos on social media. In Proceedings of the 2018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1-12).


Race, L., Fleet, C., Miele, J. A., Igoe, T., & Hurst, A. (2019, October). Designing Tactile Schematics: Improving Electronic Circuit Accessibility. In The 21st International ACM SIGACCESS Conference on Computers and Accessibility (pp. 581-583).




이미지 출처:

https://phys.org/news/2015-05-microsoft-photos.html

https://mymodernmet.com/blind-bride-multisensory-wedding

https://www.ricardoshimosakai.com.br/from-stereoscopy-to-tactile-photography-accessibility-in-art

https://www.designboom.com/technology/touchable-memories-photographs-vision-10-28-2014/

https://www.boredpanda.com/touchable-memories-3d-printing-pirate3d/

https://crej.com/news/designing-creative-collaboration-school-sp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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