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감기로 인해 뺏긴 양질의 수면, 영향이 없길 바라본다.
이식 후 딱 일주일이 지났다. 1차 이식 이후에는 유독 누워 지냈다. 몸이 더 피곤하기도 했고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가려면 용기를 내야 했다. 어차피 매일 회사를 출근하는 것도 아니어서 거의 활동량 없는 시간들을 보내왔던 것 같다. 근데 1차에서 안 되고 2차 시기로 넘어오니 1차 때 했던 것들 중에 안 좋은 것들은 거르고,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 중 하나는 누워있기보다는 많이 움직이기였다.
이식 당일 날에도 집에 있었지만 가만히 누워있지는 않았다. 계속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마트에 가서 등갈비를 사 와 묵은지 등갈비 김치찜을 해 먹었다. 다음 날에는 교회에 갔다가 다이어리를 사러 인쇄소에 가기도 하고 설 연휴에 먹을 고기들을 사러 하나로마트까지 다녀왔다. 무리가 되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기에 맑은 멘탈을 위해 더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이식 전날부터 목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약을 못 먹기 때문에 생강과 대추를 넣어 배숙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사실 누울 수도 없었다. 목이 많이 부으면서 기침을 동반했는데, 일자로 누우면 계속 기침이 났다. 그래서 낮잠을 잘 새도 없이 계속 물을 마셨다. 하루에 물을 4L씩 마시니 호르몬약의 부작용인 변비 증상이 싹 사라지긴 했다. 밤에는 더했다. 통잠을 자야 하는데 물을 하도 많이 마셔서인지 호르몬약이 이뇨작용을 일으키는지 새벽 4시만 되면 꼭 깼다. 그렇게 다시 화장실에 다녀온 이후 잠에 들어도 다시 늦잠도 잘 수 없었다. 기침이 나기도 했지만 매일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질정을 넣고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3월부터 출근 예정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하다 보니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지금부터 그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2주 전부터 그 시간마다 질정을 넣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약은 임신을 도와주는 약과 동시에 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면 방해 요인이 되어버렸다.
아무쪼록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생각보다 불안한 마음은 덜 들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요리하고 치우고 재밌는 거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번엔 될까?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거의 안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수면의 양과 질은 좀 아쉬웠다. 감기 증상 때문에 피곤하긴 한데 누우면 코가 막히고 기침이 나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쪼갠걸 다 합해도 하루에 6시간이 될까 말까였다. 이식하고 일주일 동안은 요가나 필라테스, 복근에 힘이 들어가는 고강도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기침을 하고 가래를 배출하면서 배에 힘이 자주 들어가곤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37.5도 넘어가면 타이레놀을 먹어서 열이 더 나지 않도록 하라고 했는데 열은 아직 오른 적이 없다. 천만다행인 것이지. 태아에게도 산모에게도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런데 이제 병원에 갈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니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괜히 기대감과 호기심이 또 올라오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참지 못하고 또 임신테스트기에 손을 대고 말았다. 아침에 몇 번 고민하기는 했다.
'이게 안 되면 주말 내내 기분이 우울할 텐데 내가 주말을 그렇게 보낼 수는 없지! 하지 말자'
'아 그래도 궁금하잖아. 혹시 모르잖아, 됐을 수도 있잖아.'
차라리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올걸. 가만히 거실에 혼자 앉아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래! 해보자!'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집에 하나 남아있던 임테기를 개봉했다. 과연 그 결과는?
(임신 준비생들이 흔히 말하는) 단호박 한 줄이었다. 얼리 임신테스트기도 아니었고 다들 이식일 제외하고 8일 차부터 하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1차 때보다는 좌절감이 덜했다. 한번 주사를 맞아봐서 벌써 내성이 생겨버린 걸까. 넷플릭스를 켜고 배우 김선호와 신민아가 나오는 '갯마을 차차차'를 틀어 보기 시작했다. 설레는 장면들을 보면서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니 생각보다 조금 전의 좌절감은 금방 잊혔다. 그렇게 티비를 잘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방에서 나왔다. 이제 막 일어난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터졌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봐. 또 안 됐어.
남편은 무슨 일이 있었냐면서 아침에 해본 거냐며, 얼리 임테기냐 일반 임테기냐 물으면서 괜찮다고 안아주었다. 이건 아직 모르는 거라고, 하지만 고생했다고, 괜찮다고.
겉으로는 괜찮다고 나 스스로도 애써 생각하고 붙잡고 있던 마음이 남편 얼굴 보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창밖으로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평온한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이렇게 눈물 한 바가지를 쏟으며 시작했다.
남편에게 분명 어제 편지를 쓰면서 '덕분에 금세 다시 기운 내서 새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일희일비일 수가 없다.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쉽게 변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었던가.
이번 차수에서 안 되면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까. 이제 평일엔 매일 출근해야 하니 병원에 오기도 힘들어질 텐데 병행할 수 있을까? 돈도 벌어야 하고 커리어도 이어가야 하니 회사를 안 나갈 수는 없고, 병원 일정이 다 주말에만 볼 수 있는 일정이었으면 좋겠다. PGT 검사도 해야 할까? (그걸 하면 다음에는 성공할까?) 주변 지인들은 2번 안에 다 됐는데 나만 낙오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인데, 자꾸 비교하면 나만 힘들어지겠지?
오늘은 어제보다 감기 증상이 많이 좋아졌으니 통잠을 자보도록 노력해야겠다. 화장실 때문에 깨는 일이 없기를, 이상한 꿈을 꾸느라 깨지 않기를, 바깥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오늘 밤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