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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bok Jul 21. 2020

자율주행차는 꼭 전기차여야 할까?

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유리한 3가지 이유

C.A.S.E는 꼭 함께여야 할까?


미래 자동차 산업은 C.A.S.E라는 이름의 4가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들 이야기 한다. 커넥티드카(Connected), 자율주행차(Autonomous), 공유서비스(Shared), 전기차(Electric)의 앞 글자를 따온 단어이다. 하지만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든다. 이 4가지는 항상 같이 가야만 하는 것일까? 


특히, 자율주행차는 꼭 전기차여야 할까? 전기차 산업이 성장할 거라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타고 다닌다.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대로 전기차의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50%까지 상승한다 치더라도, 아직 지구 상의 자동차 절반은 내연기관차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는 꼭 전기차일 필요는 없는 게 아닐까? 

전기차가 자율주행에 유리한 이유가 있을까?



이유1. 자율주행 기반 ‘공유 서비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오랜 시간 지구상의 자동차는 하루의 95%를 주차장에 멈춰서서 보내왔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공유경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버(Uber)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Car Hailing), 쏘카(Socar)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Car Sharing)가 출현하면서, 자동차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지속돼왔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의 단점 중 하나는, 운영에 인간 노동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우버 기사가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하며 승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쏘카 공유차량 역시 한 사람의 사용이 끝나면 오랜 시간 새로운 사용자를 기다리며 주차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차량의 활용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무인 운전이 가능한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인간 기사 없이 24시간 내내 새로운 승객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무인 택시, 차량 대여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95%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내던 자동차가, 이제 반대로 95%의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주행시간이 길어진다면, 새로운 문제가 생겨나진 않을까?


1) 유지 비용의 문제

자율주행 공유차량은 더 많은 유지비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주행거리가 길어진다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자동차는 더 자주 고장날 것이며,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1년에 한 번 교환하던 엔진오일은 1달에 한 번 교체해줘야 할 것이고, 일주일에 한번 넣던 기름은 하루에 한 번 주유해야할 지도 모른다. 5년에 한 번 날까말까하던 엔진 고장이 6개월에 한 번씩 빈발할지도 모른다. 그 때마다 자동차는 멈춰서서 정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런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단 전기차는 그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 대비 30-60%에 불과하다. 고장날 부품 자체가 적다는 말이다. 또한 국내 전기차 소유자는 내연기관차 소유자에 비해 연간 약 200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EV Post, 2018). 하루 2시간 남짓을 달릴 때 200만원을 아낄 수 있다면, 24시간을 달리는 자율주행 공유차량은 얼마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일까? 심지어 석유값이 물처럼 저렴하다는 미국에서조차, 전기차의 연료비가 내연기관의 약 1/3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 주유/충전 방식의 문제

자율주행 공유차량의 연료는 누가 어떻게 주유해야 할까? 하루 20시간 이상 도로를 달린다면, 당연히 연료도 금세 바닥날 것이다. 자율주행 공유차량 서비스가 상용화된다면, 짧으면 이틀에 한 번씩은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충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다면 주유소에서 어떻게 기름을 넣을까? 물론 주유소 직원들이 상주하는 유인 주유소가 많은 한국에서야, AI가 음성으로 직원에게 주유를 부탁하는 방식을 상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인건비가 비싼 미국의 경우, 무인으로 운영되는 셀프 주유소가 이미 90% 이상에 육박한다. 한국 또한 각종 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도심 주유소는 대부분 무인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공유차량은 유인 주유소만 찾아다녀야 하는 것일까?


전기차 무선충전 스타트업 Momentum Dynamics가 구상한 무선충전 조감도 (사진 출처: PS Newswire)

전기차라면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선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지금이야 누군가 플러그를 꽂아주는 유선 충전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핸드폰은 무선충전 되는데 전기차는 안될 이유가 있을까? 무선충전이 널리 상용화된다면, 자율주행 공유차량의 충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운행 중 배터리가 방전에 가까워지면, 알아서 충전소를 찾아가 충전기 위에서 기다리며 무선 충전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면 된다. 누가 주유기/충전기를 꽂아주는가 하는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이다. 이미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무선충전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무선 충전 시장이 연간 약 46.7%씩 성장하면서 2027년에는 약 $2억 달러 규모 시장까지 커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유2.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훨씬 더 많은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새로운 손님을 태우기 위해, 혹은 주인의 호출 장소로 달려가기 위해 사람 없이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기존의 대중교통 승객들이 1인용 개인 운송수단으로 옮겨갈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로 인해, 교통량이 이전 대비 25-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Fehr & Peers, 2015). 다만, 다행히도 AI에 의한 최적 경로 탐색 및 운전 패턴 최적화로 교통 체증 문제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교통량과 함께 늘어날 CO2 배출량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자동차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2018년 한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오염원이 바로 교통수단이었다(28%). 이로 인해 파리기후협정 이후 주요국들은 앞다투어 자동차의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론 미국은 2019년 파리 협정에서 탈퇴했지만…) EU는 가장 엄격한 배출량 규제 정책을 운영해왔다. 연평균 CO2 배출량을 자동차 1대당 2015년 130g/km, 2020년 95g/km로 제한했으며, 이를 초과할 시 1g/km당 €95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원 (사진 출처: EPA)

자율주행차로 인한 교통량 증가는 이런 온실가스 규제정책에 역행하는 현상이 될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면서 감축해낸 탄소배출량이 5년, 10년 전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가 이를 두고만 보고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교통량 증가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본격화된다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답은 역시 다시 전기차다.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를 만들려 할 것이며, 각국 정부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하지 않을까.



이유3. 전통 OEM들이 자율주행차를 만들 줄 모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차가 먼저 자율주행화될 것이란 의견이 꽤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연기관차를 제조하는 전통 OEM들에게 자율주행차를 단독 개발할 능력이 없다는 신호가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벤츠와 BMW는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1년만에 조기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BMW를 저버린 벤츠가 곧바로 손을 내민 상대는, GPU 설계 업체인 엔비디아(NVIDIA)였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벤츠는 이를 탑재한 자동차를 2024년부터 출시하는 것이 양사간 협력의 골자이다. 

2019년 CES에서 이미 손을 맞잡았던 Benz와 Nvidia의 CEO (사진 출처: NVIDIA 공식 홈페이지)

벤츠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인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으며, 볼보는 구글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었다. 이런 파트너십은 언론을 통해 ‘모빌리티 진영간의 합종연횡’으로 포장되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좋아 동맹일 뿐, 사실상 전통 OEM들에게 자율주행 솔루션을 단독 개발할 능력이 없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힘의 추는 전통 자동차 제조사에서 자율주행 전문 테크업체로 넘어가고 있다. 테크업체들이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을 리드하고, 자동차 제조사는 이를 따르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 때 테크업체들은 자율주행을 구현할 플랫폼으로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단순히 전기차가 더 개발하기 더 편하기 때문이다. 일단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하다. 앞서 언급했듯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30-60%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통제하고 조작해야 할 변수 자체가 더 적다는 것이다. 일단 단순한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이 먼저 구축돼 상용화된다면, 이를 역행하는 복잡한 내연기관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은 빛을 보지 못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상상을 해본다.


구글 Waymo와 재규어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I-Pace (사진 출처: Electrek)


물론, 반론도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자율주행화될 거란 의견에 대한 반론도 다수 존재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동하기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이 부족할 것이란 의견이 대표적이다. 레벨 4-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에는 노트북 50-100대를 가동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소비전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최소 5-10%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얼마 전 Ford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엔 50%까지도 주행거리가 하락할 수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부족한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자율주행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언론에선 매일 같이 자율주행의 시대가 다가왔다고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율주행 기술은 갈 길이 멀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20년 뒤 자율주행이 상용화됐을 때, 그 플랫폼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중 무엇이 될까? 나는 전기차에 조심스레 한 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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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전기차 시대, 부품 3분의2로 감소…"부품업계, 미래차 투자 서둘러야"(뉴스1, 2019)

- 전기차로 매년 200만원 절약?!(EV Post, 2018)

- Cost Comparison Of EVs & Gas Cars: New Tool from Con Edison And National Grid Show “Clearcost” Of Owning An EV (CleanTechnica, 2018)

- 46.8% Growth Rate for Wireless Charging for Electric Vehicle Market by 2027 | Latest Innovation, Advance Technology, Top Companies (3w Market News Reports, 2020)

- Will Autonomous Vehicles be Electric? (Jennie Hatch (BU ISE) and John Helveston (GWU)) (BU, 2018)

- MYTH: SELF-DRIVING CARS WILL CUT CONGESTION AND MAKE PUBLIC TRANSPORT OBSOLETE (Public Transport Users Association, 2020)

- Fast Facts on Transportation Greenhouse Gas Emissions (EPA, 2019)

- How Electric Vehicles are Driving Growth of Autonomous Vehicles (Prasanna Srinivasan, Parker Load Official Homepage)

- Mercedes-Benz and BMW end autonomous driving partnership (Caradvice, 2020)

- Mercedes-Benz and NVIDIA to Build Software-Defined Computing Architecture for Automated Driving Across Future Fleet (Globenewswire, 2020)

- Driving to Safety: How Many Miles of Driving Would It Take to Demonstrate Autonomous Vehicle Reliability? (Nidhi Kalra, Susan M. Paddock, 2016)

- The Intersection Between Self-Driving Cars and Electric Cars (Wired,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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