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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bok Oct 30. 2020

테슬라 네트워크: 테슬라는 애플과 같은 꿈을 꾼다

테슬라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


아이폰 유저들은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에서 애플이 디자인한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됩니다. iOS 기반의 아이폰을 이용하고, 에어팟으로 애플뮤직에서 음악을 들으며, 애플티비에서 영상을 봅니다. 맥북에서 문서작업을 하고,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합니다.


이런 애플의 길을 가고자 하는 테슬라 역시, 자동차와 연관된 모든 고객 경험을 직접 디자인하려 합니다. 처음 출시됐을 때의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테슬라 로드스터는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완전히 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혁신적인 주행 성능과 운전 감각, 인테리어 등으로 새로운 차종이 출시될 때마다 세간의 화제가 됐는데요. 


하지만 테슬라의 혁신이 단순히 전기 자동차에서 끝난다면, 애플과 같이 ‘생태계’라는 단어를 쓰기엔 멋쩍을 겁니다.



테슬라 네트워크

테슬라 네트워크의 개요 (사진 출처: 테슬라 공식 발표 영상)

2019년 4월, 오토노미 데이(Autonomy Day)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는 또 하나의 터무니 없어 보이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2020년까지 로보택시 100만 대를 운영하겠다는 겁니다


로보택시란, 쉽게 말하면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결합한 형태의 여객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차주가 이용하지 않을 때, 자동차가 주차장에 머물지 않고 무인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서비스입니다. 


승객이 지불하는 요금은 1마일 당 0.18달러 수준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의 1/10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파격적인데요. 운전자가 없기에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그렇게 아낀 비용을 승객에게 가격 메리트로 돌려주는 컨셉입니다. 비용이 이렇게 저렴하면 차주에게는 얼마나 돌아오는 것일까요? 테슬라가 요금의 25-30%를 수수료로 가져감에도 불구하고, 차주는 연간 약 3만 달러나 되는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머스크의 설명입니다.

테슬라가 예고한 테슬라 버전의 우버 앱 (사진 출처: 테슬라 공식 발표 영상)

하지만 이번 계획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것일까요. 기술의 완성도로 보든 규제 수준으로 보든 자율주행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로보택시 서비스의 출시는 아직 요원해보입니다. 일론 머스크도 일찍이 이를 인지했는지, 로보택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의 출시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사람 없는 무인택시가 아직 힘들다면, 일단 우버처럼 사람이 운전하는 서비스를 먼저 런칭하고 단계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겁니다.

테슬라 자체 보험의 가격 비교 (사진 출처: Value Penguin)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테슬라 네트워크의 운전자들에게 테슬라가 운영하는 자체 자동차 보험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 판매에 비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자동차 손해보험업은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일론 머스크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에서 모델3를 리스하면 한 달에 약 400달러를 리스료로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에 추가로 붙는 자동차 보험료만 월 100-200 달러에 달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고객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손보사들보다 20-30% 더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일반적인 손보사들의 이익률은 19년 기준 3% 내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보험업에 대한 경험도 없는 테슬라가 무작정 손해를 보면서 30%나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려는 걸까요? 


여기에도 일론 머스크의 흥미로운 계획이 있습니다. 테슬라가 더 저렴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요.


1. 오토파일럿 기능

성능에 대한 논란이 많은 오토파일럿 기능이지만, 오토파일럿이 사고율을 낮춰준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평균 교통사고 발생률은, 479,000 마일당 1건입니다. 그러나 오토파일럿 기능이 작동할 때 사고 발생률은 4,530,000 마일당 1건 가량을 기록하며, 1/10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덜 발생하기에 보험사가 지급할 보상금 역시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자동차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로 검증됐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검사 자료에 의하면 모델 S, X, 3는 교통사고 상해율에서 나란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상위 랭킹을 휩쓸었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드물게 발생한다면, 당연히 보험료도 조금만 걷어도 되지 않을까요?

테슬라 자동차의 낮은 상해율(사진 출처: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2. 운전 습관 연계 보험료 책정

운전습관연계 보험상품(UBI: Usage Based Insurance)를 출시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 보험사들은 운전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보험에 가입한 운전자의 운전 성향이나 사고 이력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힘듭니다. 때문에 실제 사고 위험에 비해 다소 과도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바퀴 달린 컴퓨터'라 불리는 테슬라 자동차는 자동차의 운전 습관을 모두 기록하고 분석합니다. 때문에 보험 가입자의 운전 실력 및 성향과 이에 따른 사고 리스크를 정확히 산출해, 안전운전자에겐 더 저렴한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모두에게 평준화된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습관과 연계한 보험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테슬라는 애플과 같은 꿈을 꾼다


테슬라 네트워크를 통해, 테슬라는 고객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의 경험까지 디자인하려 합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규제가 완성되면, 테슬라 차주는 차에서 내린 후 모델 3를 로보택시로 활용해 승객을 운송합니다. 이렇게 추가 수입을 획득해 리스료를 충당하고, 테슬라가 제공하는 손해보험을 이용해 다시 한 번 비용을 절약합니다. 밤에는 자택에 설치된 테슬라 ESS로 모델 3를 충전해 다시 내일을 준비합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소개한 자동차 부품, 자동차 제조, 소프트웨어 판매 뿐 아니라 보험상품 판매, 에너지 발전, 이를 이용한 자동차 충전까지. 마치 아이폰 이용자처럼,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은 이렇게 테슬라가 디자인한 고객 경험을 하게 됩니다. 


테슬라는 분명 애플과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완전히 현실화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Reference

- 테슬라 Autonomy day 공식 영상

- How much does uber cost? (Ridester, 2020)

- Tesla will launch ride-sharing app with its own driver insurance (Electrek, 2020)

- What Are Insurance Sector Companies Usual Profit Margins? (Investopedia, 2020)

- Tesla Autopilot Accidents: 1 out of 4,530,000 Miles; US Average: 1 out of 479,000 Miles (Clean Technica,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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