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새끼 고양이

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 01.

by 구름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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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하교하던 초등학생들이 아파트 구석에 상자 속에 담겨 있던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발견했다. 너무 어려서 크게 울지도 못하도 "삐약삐약" 애처로운 병아리처럼 우는 어린 고양이였다. 한 마리는 상자 속에, 다른 한 마리는 상자를 탈출해 자동차 밑으로 들어갔다. 어린애들은 경비 아저씨도 어쩌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이 저들끼리 고양이를 구조해 동물 병원에 데려갔고 약도 처방받아왔다. 한 마리가 눈병을 앓고 있었기에 안약과 구충제를 받아왔지만 병원에서도 버려진 고양이를 맡아줄 수 없다고 했단다. 실망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부모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누구의 부모도 선뜻 불쌍한 고양이를 데려오라고 말하지 못한 모양이다.


초등학생들이 신발주머니를 달랑거리며 자기들끼리 고양이를 구출했다며 잔뜩 들뜬 목소리로 우르르 몰려다닌 것을 본 게 오후 4시쯤이었던 것 같다. 그 아이들을 다시 본 건 오후 7시쯤 내가 저녁도 먹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을 때였다. 아까 동화 속 용사님처럼 작은 고양이를 구했던 아이들은 작은 상자를 껴안고 패잔병처럼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아파트 입구에 앉아 있었다. 어린아이들 얼굴에 근심 걱정이 가득한 걸 보면 어른들은 괜히 오지랖을 부리게 된다. 그럼에도 새 생명을 책임지는 일의 무게를 아는 나는 그 애들을 선뜻 데려갈 수가 없었다. 12년 전 19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묘연을 맺어 지금까지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나의 작은 고양이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기쁨이지만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슬픔과 책임을 준다. 사랑하는 내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아마 내 세상의 일부가 무너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깊어질수록 다가올 이별의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애써 모른척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앞에서 멋지게 고양이를 구하는 영웅이 되기보다 비겁하고 무관심한 어른이 되는 것이 책임을 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애써 고양이를 외면하려던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어떤 아이가 내 눈을 보고 물었다.

"저 친구 엄마예요?"

그 초등학생은 나에게 자신의 친구의 어머니냐고 묻는 것 같았다. 아마 친구가 집에 연락을 했고 어머니가 오실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곧장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그 아이의 질문에 뭔가 속이 들킨 듯 뜨끔했다. 정확히는 그 아이의 질문이 아니라 그 아이의 맑고 투명한 눈이 어떤 자력을 가진 듯 나를 끌어당겼다. 더 이상은 모른 척 도망갈 수가 없었다.


상자 속을 들여다보니 새끼 고양이들은 상자 바닥 여기저기 흥건하게 똥을 싸놓았고 지저분한 상자에서 탈출하려고 버둥대고 있었다. 고양이가 다시 도망갈까 봐 상자를 덮어 놓으려는 아이들에게 고양이를 새 상자에 옮겨 줘야 한다고 말해주고 "너라면 똥 싼 방에 계속 앉아 있고 싶겠어?"라고 되물었다. "아니요." 또랑또랑하게 대답한 아이는 말 못 하는 동물의 입장을 헤아리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마침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어서 종이 상자들이 많았고 적당한 상자 속에 깨끗한 박스 종이를 덧대어 깔고 새끼 고양이들을 옮겼다. 그 사이에 한 아주머니께서 오셨고 아이들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마 구조 때부터 지키고 있던 초등학생들 중 한 명의 어머니일 것이다.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적어도 몇 시간째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에게 이제 괜찮으니 안심하고 집에 가라는 말은 해주고 싶었다.


"혹시 고양이 키워보신 적 있으세요?"

"아, 저희 집에도 고양이 있어요."

"아 진짜요? 저도 고양이 키워요."

"아 그렇구나. 몇 층에 사세요?"

"저는 8층 살아요."

"어? 저는 9층 사는데요?"


아하, 이것도 인연이구나. 이사떡 돌리는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라 얼굴도 모르던 위층 이웃과 이렇게 인연을 맺었다. 고양이를 돌보는 게 부담스러워 보이는 위층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며칠 맡아주시면 내가 그동안 입양할 곳을 알아보겠다고 말을 건넸다. 이웃 아주머니는 계속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낸 것만으로도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았다.

"혼자 떠맡지 마시고 저랑 일을 나눠서 제가 백방으로 알아볼게요. 고양이들 갈 곳이 정해질 때까지만 보살펴 주세요."

"네, 하루 이틀 정도면 저희도 가능할 것 같아요."


그렇게 아랫집 윗집 합동, 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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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에는 두 마리 다 때가 꼬질꼬질 볼품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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