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고양이들의 세계

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 02.

by 구름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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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집사를 구해주겠다는 포부까지는 굉장했지만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니 '포인핸드'라는 유기 동물을 찾아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추천해 줬다. 게시글을 쓰려면 사진이 필요해서 늦은 시간임에도 위층 초인종을 눌렀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던 내가 저녁 8시에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코로나 핑계를 대기 훨씬 전부터 나는 '타인의 영역'에 발 딛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그것이 집이든 학문의 영역이든 삶의 영역이든, 나는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말자.'가 인생의 좌우명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나서야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양말도 신지 않고 남의 집에 오다니,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라고 창피해졌다.


"어머, 어쩐 일이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입양 홍보 글이라도 쓰려면 고양이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네, 어서 들어오세요."

"맨발이라...실례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중문 없이 현관에서 바로 거실로 이어지는 집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 풍경과 집을 지키는 대장처럼 앉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주황색, 노란색 줄무늬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잘생긴 치즈 냥이였다.


"저 애가 키우시는 고양인가 봐요. 아주 건강하게 생겼네요."

"네. 쟤도 길냥이인데 어렸을 때 데려와서 키웠어요."

"와... 저희 집도 다쳤던 길냥이를 데려와서 키우고 있어요."

"어머, 그렇구나."


알면 알수록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 집 바로 위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어설프게나마 사진을 찍는 동안 이 집에 고양이 한 마리와 4명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집은 이미 단위 면적당 생명체 개체 수가 포화상태이다. 더 이상 새 생명을 들여다 놓을 공간이 없는데 새끼 냥이 두 마리가 또 공간을 차지한 것이다. 나의 집에는 훨씬 공간은 많을지언정 예민한 성격의 우리 집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서 선뜻 데려오기가 꺼려졌다. 더군다나 한 마리를 키우는 것에도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 아버지 눈치 때문에 차마 아기 고양이들에게 "우리 집으로 가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오늘도 이렇게 독립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다짐한다.


가만 보니 이 집의 아이들도 고양이도 어머니도 다들 얼굴이 동글동글, 푸근한 인상이다. 많은 살림살이들에도 불구하고 잘 정돈되어 있고 거실 바닥이 반질반질 윤기가 돈다. 각자 살기에 바빠서 최소한의 집안일도 빠듯한 우리 집에 비하면 고양이들에게도 이 집이 더 좋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


"SNS나 고양이 카페에 글을 올려보고 최대한 빨리 입양할 곳 알아볼게요."

"네, 얘들 돌보는 건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네, 아 근데 저기..."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뇨. 집에 애가 몇 명이에요?"

"네?"

"아기 엄마 아니에요?"

"....... 아, 저 미혼, 지금 부모님이랑 살아요."

"어머, 그렇구나!"

"네, 음... 그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아유, 네... 저기, 안녕히 가세요!"


꾸벅꾸벅 여러 번 고개를 숙이면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마 나처럼 저 분도 우리가 공통점이 많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자신처럼 아이 어머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집에 와서 거울을 흘깃 들여다보았다. 아침부터 집안일을 하면서 꼬질꼬질해진 맨투맨 셔츠에 낡은 냉장고 바지, 떡진 머리에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보다 검은 머리에 하얀 새치가 잘 보인다. 조만간 염색이라도 해야겠다며 얼굴을 찬물로 한번 씻어냈다. 나이를 생각하면 이미 아이를 하나 둘은 낳았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남의 눈을 탓할 게 아니다.


제일 만만한 건 역시 늘 글을 쓰던 플랫폼이다.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급한대로 글을 올리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에도 고양이들의 사진과 입양 문의 글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영상들에 '좋아요'가 쏟아졌지만 누구 하나 고양이를 맡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이 '고양이라 다행이야'라는 네이버 카페를 소개해줘서 당장 가입을 했지만 글을 쓰기까지 권한이 필요했다. 카페의 게시글 몇개만 읽어봐도 생각보다 많은 고양이들이 버려지고 구조되고 입양이 되기도 했다. 마음이 급해져서 당장 광고를 낼 수 있는 '포인핸드'에도 글을 올렸다. 수많은 강아지, 고양이 사진들 사이에서 내가 올린 게시글이 묻힐까봐 마음이 초조해졌다. 빨리 연락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 개인번호도 공개해놨다. 얼마 뒤 한 통의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문자메세지가 알려준 '버려진 고양이들의 세계'에는 내가 몰랐던 사건 사고들과 많은 사람들이 합심해서 만든 규칙(rule)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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