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 09.
'고양이라 다행이야' 카페에 입양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꼬미를 입양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꼬미의 예쁜 파란 눈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예비 집사님은 무려 충청남도 서산에 사는 분이었다. 충청남도라니...막막한 기분에 옆에 있던 동생에게 물었다.
"세상에, 충청남도 서산이 대체 어디야?"
"나한테 묻는 거보다 지도를 찾아보는 게 빠르지 않아?"
얄밉게 옳은 소리 하는 동생의 말에 급히 충청남도 서산에서 창원까지 걸리는 시간을 찾아봤다. 차로 달려가도 4시간이 넘는 거리에 기함을 했다. 꼬미를 데려다주면서 집안을 슬쩍 확인하고 계약서도 쓰려고 했는데, 4시간이나 운전하는 건 좀 무리인 것 같았다. 입양 희망자는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거리보다 중요한 건 꼬미가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될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리송한 기분으로 같이 보내주신 입양 신청서를 꼼꼼히 읽어봤다. '고양이라 다행이야' 카페에서는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보호자에게 간단한 소개와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입양 신청서를 보내도록 권유하고 있다.
입양 신청서
1) 입양 신청인 소개
2) 고양이를 입양하고자 하는 이유
3) 입양 신청인에게 하는 질문
Q. 고양이나 개 등 소동물과 함께 산 적이 있습니까?
Q. 함께 산 적이 있다면 지금 고양이와 개는 어디에 있습니까?
Q. 입양 대기 신청서 답장 받고 싶은 시기
4) 지금 입양 대기 중인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요?
5) 만약 입양한 고양이와 함께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계획인가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입양 희망자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이후에 입양 계약서를 쓰고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 여러 번 고양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꼬미를 입양하고 싶다는 분은 4번 질문 "지금 입양 대기 중인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요?"에 "불행이라는 걸 모르게 키우고 싶습니다"라고 답해주셨다. 비장하게 느껴질 만큼 굳은 결심의 한 문장이라 나도 모르게 믿음이 생겼다. 그래도 말로는 뭐든 약속할 수 있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알아봐야 했다.
다행히 카페에서 댓글로 입양 의사를 물어보셨기에 닉네임을 클릭해 그동안 입양 희망자가 쓴 글을 쭉 읽어봤다. 그동안 길고양이를 구조하기도 했고, 잘 보호하다가 입양도 보낸 분이셨다. 발에 장애가 있는 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 사진을 보니 고양이들 표정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집 안을 방문하지 못하니 대신 집안 사진을 구석구석 찍어서 보내주셨는데 아담한 집이어도 단정하고 예쁜 집에 커다란 캣타워와 고양이 용품들이 가득했다. 이 분의 인스타그램에도 키우는 고양이들을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고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공간 속에 꼬미가 함께 있는 상상을 해 봤다. '이런 집에 사랑받는 막둥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꼬미를 보낸 후에도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 끝에 꼬미를 이 분에게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서로 중간에서 만나기로 합의가 되었다. 무주 IC에 있는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만나면 서로 차로 오기도, 돌아가기도 좋을 것 같았다. 만나는 장소를 조율한 다음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나니 꼬미의 동선은 월요일 오전에 창원에서 출발해 대구에서 2일 머물다가 수요일에 무주 IC에 도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작은 아기 고양이가 이동을 하기에는 너무 멀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 캐리어에 꼬미가 쓰던 담요를 폭신하게 깔고 그 안에 잠이 덜 깨서 가물가물한 꼬미를 넣었다. 낯선 캐리어 안에서도 금세 적응해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게 기특했다. 근무 스케줄 때문에 나는 함께 가지 못하고 어머니께 꼬미를 부탁하고 떠나는 차에서 마지막으로 꼬미와 인사했다.
좋은 집에서 사랑 많이 받고 살아......
수요일 오후 꼬미를 만났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도착했다. 머나먼 길을 달려 새 집사님을 만난 꼬미는 아직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해보니 직접 만난 꼬미의 새 집사님은 아주 좋은 분인 것 같고 정말 착하더라는 말을 해줘서 안심이 되었다. 입양 계약서도 받았고 꼬미의 집사님은 바로 꼬미가 집안 곳곳을 탐색하고, 곤히 잠든 사진을 보내 주었다. 그동안 꼬미와 까미를 임시보호하던 분께도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안 그래도 소식을 기다렸는데 잘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다시 봐도 예뻐요."라고 답해주셨다. 그동안 보살피면서 애틋한 애정이 생겼을 것이다. 처음 꼬미와 까미를 발견한 초등학생들, 임시보호자님과 그 집의 4명의 아이들, 나와 어머니, 대구에서 꼬미를 돌봐준 사람들, 꼬미의 새 집사님까지 여러 사람의 협력과 도움으로 상자 속에 버려져 있던 꼬미를 무사히 입양 보낼 수 있었다.
꼬미의 새 이름은 '구름이'인데 집사님이 꼬미의 사진을 보는 순간 파란 눈이 구름 같아서 이름을 짓기로 했다고 한다. 우연찮게도 내 닉네임이 구름조각이어서 신기했다고 하시는데 나도 이렇게 인연이 되는구나 싶어 행복했다. 꼬미라는 이름도 너무 귀엽고 잘 어울렸지만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니 새 이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구름이는 벌써부터 집사님을 너무 좋아하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새 집에서 잘 적응하는 중이다. 구름이는 앞으로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오직 행복한 시간만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