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 08.
처음에 위층 이웃과 이야기했을 때는 꼬미와 까미를 하루 이틀 정도 맡아주기로 하셨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동안 위층의 집주인 치즈 냥이는 굴러 들어온 고양이가 자신의 영역을 빼앗는 것을 지켜보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까미와 꼬미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 했다. '고양이라 다행이야'라는 카페는 네이버 카페 중 제일 규모가 큰 곳인데 나름의 절차를 밟아야 입양 글을 쓸 수 있다. 우선 카페 가입을 하면 카페를 5회 이상 방문하고 댓글을 1회 달아야 게시글을 쓸 수 있고 입양 글을 쓰기 전에 카페 운영자에게 따로 쪽지를 보내 입양 보낼 고양이의 정보를 알려준 후에 입양 글을 승인받아야 한다. 입양 글은 2주에 한번 업데이트할 수 있고 그동안 입양 홍보글을 쓰면서 많은 카페 이용자들이 고양이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사진과 글을 올린다. 그러니 이 카페에 가입한다고 후딱 입양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과정을 모두 거쳐 입양 글을 쓰고 나니 꼬미에게는 금방 입양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났고 입양 희망자가 없는 까미는 임시보호처를 구해 경남 진주시로 갈 예정이다.
까미를 먼저 임시보호처에 보내려고 위층에 방문했더니 이미 까미가 먹을 사료와 화장실 모래를 한 봉지를 챙겨놓으셨다. 뚜껑 있는 바구니에 수건을 깔고 스트레스를 줄이려 캣닢 가루도 좀 뿌린 후 까미를 바구니에 넣어주었다.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꼬미도 금세 일어나 바구니 구멍 사이로 까미를 보면서 울어댔다. 형제가 이산가족이 되는 것 같아 왠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장면이었다. 부디 고양이들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모르길 바란다. 헤어져야 하는 건 꼬미뿐만 아니라 그동안 까미와 꼬미를 돌봐주던 위층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멀뚱멀뚱 서서 까미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에 조금 의아했지만, 나중에 이웃 아주머니 말로는 까미가 떠난 후에야 애들이 울고 슬퍼했다고 한다. 아마 그 아이들도 '헤어짐'을 처음 배우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는 동안 정든 대상을 다시는 볼 수 없는 날이 여러 번 올 것이고, 기회가 있을 때 아쉬움과 슬픔을 마음껏 표현해야 마음에 응어리가 남지 않는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언니는 여러 번의 연애 끝에 이별의 슬픔을 알았단다. 물론, 남자와의 이별은 훨씬 구질구질하고 찝찝하단다 얘야.' 물론, 이런 오지랖 넘치는 멘트는 마음속으로 묻어두기로 했다.
집 밖을 나서자 조금 울던 까미는 금세 잠이 들었고 진주시에 사는 임시 보호자의 집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꼬미와 까미를 발견한 이후 새로운 사람, 새로운 공간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 아이들도 내 삶에서 귀중한 무언가를 가르쳐주기 위한 작은 천사들인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꼬미와 까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집 고양이 진숙이를 데려오던 때를 떠올렸다. 다리를 다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진숙이는 그때 많이 아팠기 때문인지 성묘가 되어서도 몸집이 작다. 친구들에게 자주 우리 진숙이가 내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양이가 될 거라고 말하곤 했다. 이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고 먼저 떠나보내고 나면 새로운 고양이에게 정 들이기가 두려워질 것 같다. 요 며칠 입양을 보내겠다고 여러 번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면서 정이 든 모양인지 까미를 보내는 것도 마음이 쓰이고 왠지 서운한데, 내가 오랜 시간 함께 자고 일어나던 진숙이를 떠나보내면 내가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기꺼이 헤어짐의 슬픔을 감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념에 빠진 동안 차는 부지런히 달려 임시 보호자의 집에 도착했다. 고즈넉하고 따뜻한 햇빛이 비치는 아파트 단지에 차를 세우고 풍경을 한번 둘러봤다. 조금 오래된 아파트 단지이지만 나무들도 예쁘게 자라고 있고 주변이 조용한 환경이었다. 방문한 임시 보호자의 집에는 젊은 여자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량해 보이는 인상이라 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가져온 모래, 사료 등을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까미는 벌써 바구니를 탈출해 집안 곳곳을 탐험하고 있었다. 보통 새로운 환경이 낯설 법도 한데 이 녀석은 처음부터 제 집인 것 마냥 활발하게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녔다. 잘 적응할 것 같아서 안심이다.
진주까지 온 김에 진주의 유명한 맛집에서 냉면을 한 그릇 먹었다. 육전을 고명으로 얹어줘서 푸짐하고 담백하면서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까미가 아니었다면 진주까지 와서 냉면을 먹을 일은 없었을 테니, 이것도 고양이와의 인연으로 배운 새로운 세상인 셈이다. 냉면을 먹고 집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까미의 임시 보호자님이 사진을 보내줬다. 넉살 좋은 까미는 벌써 새로운 임시 보호자의 무릎에 자리를 잡고 고롱고롱 잠이 들었다. 애교도 많고 새로운 집에서도 금방 적응해 엄청 뛰어놀더니 알아서 무릎에 올라와 잔다고 한다. 동물들은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지? 짧은 시간일 테지만 까미는 나름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어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상자 속에 버려졌던 꼬미와 까미가 만난 새로운 세상은 다행히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고양이들을 매개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내 마음도 다정하고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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