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품종묘들

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 06.

by 구름조각
꼬미와 까미는 이제 생후 4주째를 향해 가는 수컷 고양이들이고 입양할 곳을 알아보는 중이다. 부디 이 아이들이 좋은 집사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와중에 고양이들이 입양 갈 곳을 알아보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 마침 임시보호를 해줄 수 있다는 분이 있어서 고양이들을 데리고 갈 예정이다. 위층 이웃의 보살핌으로 꼬마와 까미는 나날이 건강해지고 살이 포동포동 오르고 있다. '고양이라 다행이야'라는 카페에 임시보호 요청 글을 올렸더니 처음 꼬마와 까미를 발견한 초등학생의 부모가 댓글을 달았다.


댓글로 알게 된 사연은 '한 중학생이 고양이를 유기했고 최초로 발견한 초등학생이 동물 병원에 데려갔다. 거기서 자기 용돈을 써서 눈병이 있던 까미를 위한 안약과 구충제를 처방받고 애드버킷(심장 사상충) 검사를 했다'라고 한다. 댓글에는 꼬미와 까미가 수컷이라는 말도 있었다. 초등학생 아이가 얼마나 영특한지 어른들도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직접 고양이를 구조하고 자기 용돈으로 기초검사까지 해줬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게 최초로 발견한 아이가 먼저 집에 돌아가고 남은 아이들이 고양이를 어찌할까 발을 동동거리는 와중에 나와 마주친 모양이다. 인연이 닿고 닿아서 이런 연결고리가 생겼고 인터넷 카페의 댓글로 소식을 주고받게 되니 참 신기하다.


꼬미와 까미의 집사가 되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 포인 핸드라는 앱에 자주 들어가게 되는데 구조되어 보호 중인 유기 동물 중에는 상태가 괜찮은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고양이, 강아지들도 많다. 참혹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각종 질병이나 부상을 당한 채 케이지 안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강아지 사진을 보면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진다. 통계로 찾아본 수치는 더욱더 절망적이다. 매년 버려지는 유기 동물의 개체 수는 점점 늘어가고 이 중에 20%는 안락사되었다. 이렇게 유기되는 동물들이 길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거나 밤새 울어서 불평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길고양이가 불쌍하다고 밥을 주는 캣맘들과 주민들 간에 갈등이 생긴다. 사실 이 모든 일은 동물 거래를 금지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일이 많으니 자연스레 책임감 없이 동물을 버리는 일도 많아지는 것이다.

생명체를 거래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내놓냐면 판매자들은 어떻게든 특이하고 비싼 품종을 만들려고 하고 사는 사람들은 인기 많고 순종의 동물을 구매하려 한다. 시장에서 쉽게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희소성을 만드는 것인데, 순종 프리미엄을 붙은 동물은 쉽게 구할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상품이라고 마케팅하는 것이다. 상품의 가치를 증명할 혈통 증명서를 함께 보내는 것은 명품 브랜드가 제품 보증서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품종을 여러 종으로 나눈 것은 같은 고양이들, 같은 강아지들 사이에서도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상품을 제공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주둥이가 짧은 얼굴이 귀엽다며 주둥이 짧은 개체들끼리 교배시키고, 다리가 짧은 애들이 귀엽다며 다리가 짧은 개체들끼리 교배시킨다. 귀가 접히고 긴 허리를 가지는 등의 특징을 만들려고 교배를 반복하는 와중에 원하는 유전형질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불량품'들은 폐기한다. 원하는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 개체들은 순종, 품종 프리미엄을 달고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그걸로 끝나면 좋겠지만 품종, 순종 동물은 비정상적으로 교배된 결과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고 유전병 발병의 가능성을 안고 산다. 이 품종 강아지, 고양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언제 유전병이 발병할지 모르는 일종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인간들의 사회에서는 인종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며 성별 간의 차별도 줄여나가려 우리 사회가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흑인종, 황인종, 백인종이라는 피부 색깔을 기준으로 한 인종 구분을 거부한다.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고 점점 인종, 성별, 출생지 등의 요소로 사람들을 구분 짓는 일을 피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인간들이 인종차별을 줄여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 동물에게는 이 가혹한 품종, 순종 차별이 여전하다. 먼치킨 고양이들의 비정상적으로 짧은 다리와 샤페이의 늘어진 주름을 보면 순혈주의에 집착하다 기형을 갖게 된 스페인 왕가의 초상화들이 떠오른다. 먼치킨 고양이들의 짧은 다리는 연골 무형성증으로 인한 기형이고 비대 심근증, 척추 만곡증, 골관절염, 흉곽 기형 등의 유전병에 취약하다. 샤페이 강아지들은 샤페이 열병이란 유전병에 취약한데,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고 발목 관절이 부어오른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간이나 신장 이상으로 이어진다.


스페인의 왕가에서는 혈통을 순수하게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반복하다 주걱턱과 안구돌출 등의 기형이 생겼다고 한다. 외모가 망가진 것뿐만 아니라 유전병으로 인해 다들 젊은 나이에 죽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이 미련한 짓을 고양이와 강아지들에게 똑같이 저지르고 있다. 그런데도 유명인이 특정 품종을 기른다고 알려지거나 TV에 한번 나와서 인기를 끄는 품종이 있으면 펫 샵마다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가치가 올라가는 간단한 시장 이론의 증명인 셈이다. 그렇게 한두 달 유행이 지나고 나면 너무 많이 공급된 품종들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길거리에 유기되기 시작한다.


돈을 주고 산 물건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버리다고 하면 누가 욕할까?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옷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유행이 지나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해도 누가 비난하겠는가? 그러나 돈 주고 사 온 반려동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비난의 대상이 된다.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이고 심지어 인간도 아닌 악마라고 욕을 한다. 그리고 이 버려진 고양이들, 강아지들을 안타까워하며 먹을 거라도 주려는 사람들과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의 싸움이 벌어진다. 모두가 괴로운 상황 아래 근본적인 원인은 '생명체를 돈으로 거래하는 행위'에 있다. 이것이 불법이 아니고 반려동물을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을 쉽게 내버리는 일을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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