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남편연구소 Mar 14. 2021

인연에 관하여 : 만드는것보다유지보수가 중요한 것

잠깐 집안 내력을 설명하자면, 저희 아버지께서는 군 시절 전우들을 아직도 종종 연락하십니다. 어머니께서는 서울에 와서 만난 집주인들과 당신의 집에 전세를 살았던 분들과 아직도 연락을 하십니다. 어린 시절 그런 모습을 보았던 제게 '인연의 끈을 유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재수를 하면서 자연스레(?) 대학교 이전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저 역시 가풍을 이어받아(?) 군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을 합니다. 1년 남짓 다녔던 회사에서 몇 개월 일한 적 없는 동료들과도 10 수년간 연락을 하고, 업무상 한번 만났던 분들과도 꽤 오래 연락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분들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 연락을 오래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서 가끔 지인들이 '그분 하고 연락 아직 해요?'라며 연락처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정보기술(쓰고 보니 참 앳된 단어 같은..)의 발전으로 지리적인 이동, 전화번호 수첩 분실 같은 물리적인 사건이 생겨도 우리는 인연의 끈을 쉽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톡 차단, 페이스북 친구 끊기 같은 한 번의 터치 만으로도 남보다 멀어지게도 할 수 있습니다. 유명인과 페북 친구가 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세상입니다. 평범한 사람도 수천 명과 동시에 소통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찰나의 연결로 쌓인 관계는 때로는 우리를 허무하게도 만들고, 나를 속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인연'을 시간으로 기반으로 축적된 입체적 경험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인연은 나를 나로 살게 하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고, 내가 나를 발견하는 거울이 되기며, 내 삶을 살아가는 비타민이자 진통제가 됩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면 곁에 오래 두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데 그 '오래'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 곤 합니다. 


오래전 협상의 대가에게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청중의 질문 중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5년간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인사를 하는 게 좋을까요?"였습니다. 그러자 그분의 답변은 "쉽습니다. '안녕. 잘 지내지? 5년 만이네.'라고 말하세요."였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한다면 '오랜만이야.'라고 인정하면 됩니다.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니까요. 아마도 상대방은 '여전히 당신은 나에게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연락을 하면 분명 처음보다 쉬워질 겁니다. 내일 아침, 오랜만에 생각나는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면 어떨까요?


Small things often.




ps. 물론 오랜만에 하는 연락의 목적이 '청첩장'이나 '돌잔치'라면.. 음.. 잘 모르겠습니다. 하핫..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