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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Oct 26. 2019

아내가 감동했던 선물들 (예산 3만 원 이내)

제가 아내에게 하는 선물은 대부분 3만 원 미만입니다. 귀금속 같은 비싼 선물은 용돈 생활자로 예산이 빠듯해서 구입하기도 쉽지 않고, 연애 때와 달리 아내에게 10만 원이 넘는 선물은 오히려 '핀잔'을 듣게 되더군요. 오늘은 제가 그동안 아내에게 선물했던 것 중에서 3만 원 이내로 효과(?)를 본 경험을 공유합니다.  


Case 1 : 100일 이상 쓴 노트  

결혼 전에 125일간 거의 매일 쓴 노트, 결혼 후 100일간 매일 쓴 노트를 선물해봤습니다. 첫 번째 노트는 결혼식날 호텔에서 줬더니 읽고서 울었는데, 두 번째 노트는 재밌다고 웃더군요. 그런데 이 선물은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대박'이라며 감동해서 2차 효과가 있습니다. 아내에게 자매가 있다면, 주변에 친구가 많다면 매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3번은 못하겠네요.


Case 2 : 아내의 장점을 적어서 주기

아내의 장점을 적어서 선물로 주는 겁니다. 2년 전에 50가지 작성해보고, 얼마 전에 20가지를 또 작성해봤습니다. 50가지는 하나씩 작게 출력해서 약통에 넣어서 주고, 20가지는 직접 읽어줬습니다. 둘 다 효과는 좋았는데, 직접 읽어줬더니 '눈물'을 흘리더군요. (저도 울컥했습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그냥 생각 없이 작성하기 시작하면 3일도 모자랍니다. 특히 50가지는 정말 머리와 가슴의 바닥을 긁는 심정으로 작성하게 됩니다. 작성 tip을 드리자면 주제를 나눠서 작성하는 겁니다. 성격 관련(5가지), 사회생활 관련(5가지), 남편 관련(5가지), 자녀 관련(5가지) 이런 식으로 말이죠. 아내에게 '칭찬 리스트'를 선물로 줄 명분을 못 찾겠다면 '회사 교육 프로그램 숙제'라고 하시면 됩니다.

 

Case 3 : 아내가 좋아하는 간식 with 쇼핑백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젤리와 과자를 쇼핑백(사실 이게 제일 비쌌다는)에 담아서 아내에게 선물했습니다. 아내는 '평소 자신의 취향을 기억해줘서 고맙다'라고 했고, 게다가 쇼핑백을 다른 곳에 써야겠다며 좋아하더군요. 평소에 퇴근할 때 아내에게 '무얼 사서 들어가면 좋겠냐'라고 사전 조사를 좀 하시면 좋습니다. 대부분 달달한 것이니 자녀 몰래 주셔야 합니다.  


Case 4 : 계절꽃 with 엽서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계절꽃 1만 원 이하(장미라면 1~2송이 정도)에 엽서 하나를 쓰는 겁니다. 아무 날도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술 먹고 사면 주사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들고 다니기 좋게 포장이 간단해야 합니다. 꽃병이 없다면 처음엔 음료수 병도 괜찮습니다. 꽃병부터 사면 혼날 수도 있습니다. 자주 할수록 효과가 좋아지고, 1~2만 원 수준의 꽃병도 같이 선물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꽃 관리(1~2일마다 물갈이)를 시키면 역효과 납니다. 반드시 필요한 엽서의 내용은 간단하게 적습니다. 인삿말, 감사, 다짐/약속 정도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물을 할 때마다 사진으로 남겨서 길이길이 보관하는 겁니다. 아내에겐 추억을, 우리(남편들)에겐 증거를 남기는 거죠.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렇다고 제 아내가 의류, 액세서리 같은 좋고 비싼 선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싼 선물 준비한답시고 '가뭄에 콩 나듯' 아내에게 선물하는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물 50리터를 마시는 것과 비슷합니다. 관계는 '평소'와 '그냥'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래서... 결혼이 쉽지 않은 겁니다.


Small things often.


* 결혼 1100일에 아내에게 줬던 과자와 엽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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