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퇴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몇 번 일을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길게 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직업란에 '전업주부'라고 기입하면서 아내는 '퇴근'과 '휴가'를 반납했습니다. 얼마 전 선배가 육아휴직을 한 아내에게 출근할 때 '좋겠다. 쉬어서'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아...' 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퇴근을 하면 일과 '격리'되는 기분은 느낄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멀어지면서 마음이 점점 놓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일요일 저녁이면 우울해지지만 목요일 점심 식사가 끝나면 주말을 기다립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일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해도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 이 공론화될 만큼 직장인의 워라밸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전업주부인 아내에게는 퇴근이란 없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간다고 해도 집안일을 하다 보면 금세 지나갑니다. 게다가 집안일은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법입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잠들 때라도 편해야 하는데... 아이 옆에서 잔다는 건 '숙면'마저 보장받기 어렵다는 걸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전업주부에게 요일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말은 남편과 아이가 24시간 곁에 있는 날입니다.
아내에게도 퇴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퇴근을 직장인의 그것과 똑같다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퇴근의 본질이 '일에서 격리됨'으로 생각한다면 조금 더 쉬울 듯합니다. 아내가 집안일과 가족, 특히 아이와 잠시라도 분리된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잠시 친구를 만나는 것, 문화센터에서 무언가 배우는 것,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 쇼핑하는 것,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 등... 아내만을 위해 아내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말이 길었네요. 아내에게 집은 쉼의 공간이기 전에 근무지입니다. 주 7일, 24시간 근무하는 곳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아내와 아내의 퇴근 시간을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내의 안정은 가정의 평화와 남편의 내적 평안의 핵심 요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