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동료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요즘 본인이 늦게 퇴근을 해서 아내가 많이 서운해하는데, 오늘도 한 소리를 들을 거 같다면서.. 본인이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게 좋겠냐는 고민 상담 전화였습니다. 오늘을 무사히 넘기고 싶은 마음과 함께, 놀다가 들어온 것도 아닌데 혼나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지 않을 수 있는 표현을 물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성실(?)하게 늦은 귀가를 해온 사람입니다. 미혼 시절엔 어머니께, 지금은 아내에게 거의 매일 하는 카톡이 '지금 들어가요'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은 잘하지 않는 편입니다. 왜냐면 '늦어서 미안하다'라고 하면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때로는 짜증(?)을 내는 이유가 '늦어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동료에게 했던 말을 조금 정리해 보면...
많이 서운하고, 조금은 답답하실 겁니다. 그래도 일단은 표정관리를 하세요. '직장생활의 억울함' 또는 '내가 놀다 오는 거냐?'같은 표정은 더 큰 화를 불러올 뿐입니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은 가장 먼저 하지 마시고요. 물론 '늦지 않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더 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걱정시켜서 미안하다,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못 가져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은 지금 아내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내가 늦어서'라고 만들기 때문이죠. 물론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안전을 걱정해 준 사람,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할 대상은 어느 쪽일까요? 내가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어느 쪽일까요?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듯.. 아내에게도 많은 아내가 있습니다. 어떤 아내를 만나게 될지는.. 오늘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