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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Nov 11. 2019

1박 2일로 본가에 가는 후배 D에게

이번 주 금요일에 본가에 간다는 후배님께.


김장김치의 계절,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서 김치는 택배로 발송하기 어려우니 직접 받아갔으면 하신다고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토요일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들어가라 하시는데... 지난 추석 이후 첫 방문이고 하루에 왔다 갔다 하기엔 짧은 거리도 아니니 1박 2일 방문을 하시는군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말씀을 올립니다. 시월드 이야기는 편차가 크기에 후배님 댁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길...


1. 아내가 부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후배님이 처가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아내가 느낀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입니다. 아무리 시부모님이 잘해주셔도 시부모입니다. 가기 싫은 곳은 아니라도 가고 싶은 곳도 아닙니다. 그 정도 생각은 전제조건으로 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준비하는데 너무 열심히, 잽싸게 하지 마세요. 평소에 여행 준비나 집안일하는 것보다 덜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아는 분은 본가 갈 때는 규정속도만 준수하고 절대 과속 안 하신다고 하더군요.


2. TPO(Time, Place, Occasion)는 패션에서만 고려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일 바보가 '본가에선 아내 눈치 보는 아들, 자택에선 어머니 눈치 보는 남편'으로 행동하는 겁니다. 본가에 도착한 후에는 어머니한테 집중하시면 됩니다. 잘하는 게 뭔지 모른다면 그냥 철없고 게으른 아들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본가 방문 후에 혼난 적이 있다면 차라리 일 안 하고 누워만 있어서 어머니께 혼나는 게 좋습니다. '너 집에서도 이러니?' 하는 핀잔 듣고 어머니와 아내가 연합하는 기회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괜히 어머니 눈치 보면서 집에서도 안 하는 청소, 설거지하느라 아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내는 본인 나름대로 알아서 잘할 겁니다. 그러니 방해나 마시길...


3. 명절 당일에 꼭 본가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방문은 아마 설날이 될 겁니다. 달력을 보니 1월 24일(금)부터 27일(월)까지네요. 제사 등 꼭 명절 당일 아침에 본가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23일(목)에 휴가를 내서 방문하고 24일에 귀경하는 일정을 추천드립니다. 지난 추석에 제가 명절 연휴 전날에 방문해서 첫날 귀경을 해보니 교통체증도 피하고 연휴도 편하게 보냈습니다. 특히 저처럼 서울이 처가라면 더욱 강추드립니다. 명절 당일 아침에 식사를 함께 해야 가족 인증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부터 효도 포인트를 잘 적립해서 원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시길 바랍니다.


아내와 본가 그리고 처가 사이에서 줄타기와 정치를 잘해야 합니다. 무작정 불편함을 피하려만 해서도 안됩니다. 부모님을 위해 뻔뻔하기도 해야 하고, 아내를 위해선 영악하기도 해야 합니다. 부디 인정받고 사랑받은 정치가가 되시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지난 추석, 아버지와 딸아이의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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