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가 쌓인 환자분들은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나면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말씀해주시곤 한다.
나는 오늘날 한국, 그러니까 대학병원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다들 마음은 있더라도 일이 너무 많고 시달려서 대화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오늘 아버지 나이대의 환자분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져서 충분히 할 만큼 하셨다고, 다 못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며 상담실을 나가기 전 꼭 안아드렸다.
내 품에 안겨 펑펑 우시는데,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는 그분의 상황이 마음 아팠다. 나는 다 해결해 줄 능력도, 상황도 안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환자분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일하셔서 감당할 힘 허락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