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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세웅 Sep 04. 2024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

인사를 건네다가

이식 대기자 중에는 소아 환자도 있는데,

불편한 침상 가운데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밤새 아이 곁을 지키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밤새 잠은 잘 주무셨는지,

아이가 밤새 아프진 않았는지

안부를 여쭤봤는데


갑자기 아이의 어머니께서 눈물을 보이셨다.

아이도 별 일 없이 괜찮아 보였는데

나는 당황해서 ‘왜 우시는 거예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대답하셨다.


“선생님이 맨날 인사하러 오시는데, 그냥 오늘 특히 더 저희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이 나네요.”


일하면서 소아 환자의 부모님들 마음은 어떠할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나는 부모가 아니기에 감히 그 마음이 어떠한 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일을 하면서 강인한 부모님들을 많이 목격한다. 아이의 아픔이 곧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을 끈끈하게 만들고 주어진 현재를 감사하고 충만하게 보내는, 이 땅에서의 천국을 누리는 가정을 목격한다.


이런 생각들을 일일이 다 전할 수 없지만, 짧은 인사 가운데 그 마음이 전해졌다고 믿는다.


내가 출근해서 일하는 것.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의 무게.

그 모든 순간에 힘과, 위로와, 소망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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