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일문>을 읽고
“자신의 능력을 남들이 몰라줄 때, 자신의 꿈을 사람들이 비웃을 때, 우리는 쉽게 낙담하고 좌절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김지섭과 이민자들은 알려줍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내 꿈은 어떻게 이루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일생 일문> p.227
북클럽 리더 워크숍을 마치고 집에 오는 내내 침울했다. 아니, 워크숍 내내 자리가 불편해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도중에 나와버렸는지도 모른다. 먹구름이 잔뜩 덮은 마음은 며칠째 계속되었고,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래서… 우리 모임이 인정받기 위해 더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잠실 지역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수시로 멤버가 바뀌던 시기가 지나고, 참여를 원하는 지역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른 요일로 모임 하나를 분리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시절에는 온라인으로 모임을 유지해가며 어느새 모임을 시작한 지 3년을 꽉 채웠다. 요즘 다시 얼굴을 맞대고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모임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어느 때보다 모임이 만족스럽기에 내 마음을 갉아먹는 이상한 생각에 더욱 괴로웠다.
지난주 워크숍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북클럽 리더의 자부심, 주최 측에 대한 신뢰와 감사 그리고 성장에 대한 의지와 열정 등이 어우러져 30도가 넘는 바깥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 행사에 늦어서 허겁지겁 오르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나에게 거북한 온도였다.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살피며 어느새 그들과 나를 찬찬히 견주고 있었다. 지인 중에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며 탄탄하게 기반 잡은 사람도 있었다. 우리 모임보다 특출 난 점이 없어 보이는 북클럽이 베스트 모임에 선정되었다며 인터뷰 영상을 보여준다. 그들을 향한 박수보다 내가 더 도드라지고 싶은 마음만 커졌다. 비교하며 인정을 바랄수록 나는 점점 작고 초라해졌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나를 바라본다.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기보다 타인에 빗대어 나를 규정했다. 타인의 인정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상대는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에 결국 외부로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나를 평가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 외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재단해야 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어 불편하고 거북한 상황이 종종 찾아왔다. 끊임없이 비교하며 줄을 세우다 보니 한 뼘이라도 더 높은 곳에 있기 위해 나를 채우거나 타인을 깎아내려야 했다. 나는 늘 부족한 존재가 되어갔고 남도 진심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타인의 칭찬에 신나게 춤출 뿐 스스로 흥을 돋우며 춤을 즐기는 법을 알지 못하니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혼자 속앓이 하다 보니 모임 날이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챙겨 그랜드 워커힐로 향한다. ‘빛의 시어터’를 함께 관람하고 북클럽 리더 워크숍 후기를 전하면서 책을 나누었다. 모임 중에 자연스럽게 불편했던 감정과 생각이 흘러나왔다. 함께 여태껏 일군 것을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고 싶은 길을 상상하니 외부에 맞춰진 주파수가 조금씩 내부로 이동했다. 먹구름을 서서히 물러가며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먼바다에서 청새치 한 마리와 홀로 사투를 벌인 노인도 망가진 배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기를 싣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돌아오며 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결과가 어떤 모습이든 중요하지 않으니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라고. 고작 물고기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한 노인의 이야기가 답답하고 무모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노인과 바다>의 한 구절에 매료되어 쉽게 책장을 덮지 못했다.
“노인은 상어 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키 잡는 일에만 집중했다. 뱃전에 달린 무거운 짐이 없어진 배가 얼마나 가볍고도 순조롭게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지만 느낄 뿐이었다.” <노인과 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