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쉴 새 없이 울던, 여름날이었다.
“이번 일은 무조건 해내야 돼!”
박 과장이 내 책상에 서류 뭉치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일단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이 떨렸다. 눈앞이 흐릿했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당장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기도 했다. 이대로 저 일을 해내야만 할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박 과장을 저만치로 사라져버렸다.
거래처로 향하는 차 안에서 라디오의 볼륨을 크게 올렸다. 스피커 넘어로 흘러나오는 중저음의 부드러운 남자 목소리. 10년 전까지만 해도 밤 10시를 넘어선 이맘때쯤 흘러나오는 이 소리를 누구보다 기다렸다. 여전하네, 지금까지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밤을 지키는 디제이 민이에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일복도 타고 나는 것이라고. 그러나 내가 일하는 순간 행복하지 않으면 그걸 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계신 곳에서 행복을 느끼십니까? 저는 충분히 느낍니다. 여러분도 각자 자리에서 가장 소중한 행복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첫 곡입니다.”
스피커에서 10년 전 고3 때 자주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때마침 말도 없이 다가온 바람이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 사이에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