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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go Mar 29. 2021

sbi로 출판사 취직까지 골인하기 1탄

<언니만 따라와, 출판편집자 취직 길라잡이>#6

sbi로 취직까지 골인하기     


취업이 불안정한 요즘, 앞의 이야기를 들으니 sbi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sbi 2차 전형에서 떨어졌다는 슬픈 사실... 허허. 

운 좋게 출판편집자가 된 후 sbi 자소서 질문들을 하나씩 되짚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때 이렇게 쓰고, 준비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말은 이런 의미였겠구나, 질문이 새롭게 보이더군요. 만약 sbi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힌트를 얻어 간다는 느낌으로 제 접근 방법을 살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1차 전형자기소개서와 독서이력서 준비     

먼저 자기소개서부터 볼까요? 질문은 다섯 개입니다.(2020년 기준)      

1)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합니까? 당신은 왜 편집자가 되려고 합니까?

2) 출판사 또는 서울출판예비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3) 10년 차 경력자가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떤 모습입니까?

4) 동아리나 학회, 프로젝트 팀 또는 회사, 단체 등에서 활동하거나 일한 적이 있습니까?(책임, 역할, 평가)

5) 출판과 관련된 최근 이슈와 그에 대한 의견을 쓰십시오.     


그럼 질문을 하나하나 뜯어보겠습니다.     


1)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합니까당신은 왜 편집자가 되려고 합니까?     

이 질문을 낸 선생님들의 의도는 뭘까요?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왜 편집자가 되려는지 근거가 뚜렷한 녀석이라면 중도에 안 나가겠지? 그냥 책이 좋다고만 쓰는 애들은 믿고 걸러내자.’     


출판사에 도착하는 자기소개서 중 자신이 애독자임을 밝히는 글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뽑히기 위해서는 책을 좋아한단 말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당신들이 찾아 헤매던 출판 인재야!’ 출판 불황이란 난세를 평정할 영웅처럼 등장해야죠.

이 책 앞에 나온 ‘편집자가 하는 일’을 참고하여 그 일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것을 자기만의 경험을 근거로 해서 피력하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만났고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욕심이 생겨 역량과 경험을 몽땅 다 구겨 넣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겠죠. 하지만 한 문항에는 한 역량만 다루는 것이 슬기로운 선택입니다.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키려면 하나의 콘셉트가 필요합니다.


또한 왜 이 진로를 택했는지 쓸 때 한겨레 선생님이 하신 말씀, 자기소개서는 자기 생을 책으로 엮으라는 조언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그냥 나열하는 게 아니라, 터닝 포인트가 됐던 한두 권의 핵심적인 책을 통해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A, B를 경험하여 편집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어떤 일을 하느냐와 왜 편집자가 되려고 하느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이런 구조로 써도 좋을 것 같아요(예시니까 그냥 참고만 하시면 될 듯합니다~).     


-편집자는 책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멀티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 하느냐 한마디로 정의하기]


-전에는 편집자가 A라는 역할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B라는 책을 읽고 이러이러한 점에 놀랍고 마음이 움직여서 편집자란 직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후 편집자에 대해 알아보니 a, b, c, d 등 갖가지 업무를 해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편집자가 하는 일편집자에 대해 알게 된 계기]


-a, b, c, d는 제 성향에 잘 맞는 업무이고 특히 c 업무를 할 때 필요한 E라는 핵심역량이 제게 있습니다.

[편집자의 핵심 역량 강조


-이런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겪었지만 E라는 핵심역량으로 이렇게 저렇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경험으로 근거 붙이기]


-B책 같은 메시지를 담은 책을 기획편집하고 싶고, 편집자의 핵심역량인 E를 갖고 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 편집자가 되고자 합니다.

[왜 편집자가 되고 싶은가로 마무리]       


2) 출판사 또는 서울출판예비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이번엔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진짜로 뭘 준비했는지 얘기해봐. 편집자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 안다면 진지하게 진로를 생각한 친구일 테지.’      

이 글 앞에 있는 ‘실무별 핵심 역량’. ‘편집자의 자질들’을 참고해 그 자질을 쌓기 위해 실천했던 내용을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어떤 경험을 했다, 어떤 스펙을 쌓았다 줄줄이 나열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겪었고어떻게 해결했고그래서 편집자에게 필요한 A라는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고 접근해야 합니다. 저도 이 핵심을 놓치고 자소서를 3년가량 썼는데, 이번에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경험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과정나의 액션이 진짜배기라는 것을. 경험은 출판편집자가 하는 일과 유사한 경험이면 가장 좋지만 편집자가 하는 일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자기 나름대로 정의하고, 그 핵심 역량을 길렀던, 보여줬던 경험을 써도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앞이랑 마찬가지로 참고만 해주세요.     


편집자의 업무 중 여러 작가님들을 대할 때 필요한 ‘사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무와 그에 필요한 핵심역량 언급     


제가 생각하는 ‘사교성’은 단순히 친근하게 말을 잘 거는 외향적인 성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용기 내어 먼저 다가가는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핵심역량의 정의     


대학교 때 용기를 내어서 일본인 친구와 언어 교환을 한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상황     


학교 도서관에 언어 교환을 하길 원한다는 종이를 붙였을 때 내향적인 제가 처음 보는 외국인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문제     


얼마 뒤 연락을 받고 일본인 친구와 만날 때 제 염려대로 조금 낯을 가렸습니다. 하지만 한국 쇼핑몰에서 일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어떻게 그런 꿈을 가지게 됐냐고 묻고, 어떤 걸 요새 공부하고 있냐고 묻자 통번역 수준으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다루고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듯 저와 꿈도 다르고 의지도 남다르고 쓰는 언어도 다른 그 친구의 삶에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대화하니 서툰 외국어로 소통하는 데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곤 했습니다. 

>액션, 묘사하듯이 쓰기     


앞으로도 한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사교성’으로 작가님들께 다가가 좋은 파트너로서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결과     


3) 10년 차 경력자가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떤 모습입니까?     

출제자의 마음을 또 읽어보겠습니다.     

‘10년이 되면 이제 팀을 이끌 팀장이 되겠고 자기 색깔을 띤 책을 책임 편집할 수 있겠군. 자, 자네는 어떤 책을 책임 편집을 하고 싶고 팀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건가?’     


정리해보자면 자신이 기획하고 싶은 책의 결이 어떤 것들인지 얘기하고,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게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전 10년 후 함께 나누는 편집자, 메시지를 전하는 편집자, 그리고 이야기꾼 편집자가 되길 원합니다. 신입 편집자는 물론 편집자 지망생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갖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함께 나누는 편집자, 팀장이 되는 게 첫 번째 꿈입니다. 그런 선배들을 만나왔고 그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어쩌면 책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출판계에 문을 두드리는 분을 반겨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책에 가치 있는 하나의 메시지를 담아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야기꾼 편집자가 되기 위해 스토리를 귀신같이 잘 아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제가 내는 책들은 가족 모두가 보고 흡족해하는 디즈니 영화 같은 학습만화였으면 좋겠습니다.     


4) 동아리나 학회, 프로젝트 팀 또는 회사, 단체 등에서 활동하거나 일한 적이 있습니까?(책임, 역할, 평가)     마음의 소리를 가만히 들어봅시다.     

‘출판사는 적은 인원의 사람들이 모여 부대끼고 사는 곳. 사회성이 좀 있는 친구가 들어와야 할 텐데. 그리고 협업을 잘하는 녀석이라면 좋겠는데 말이야.’      

위의 마음의 소리를 참고해서 단체 생활 잘했던, 협업을 잘했던 경험을 하나 스윽 써두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앞의 질문들보다는 쉽게 답할 수 있을 거예요.     


5) 출판과 관련된 최근 이슈와 그에 대한 의견을 쓰십시오.     

이 질문의 의도는 이게 아닐까요?     

‘편집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로 출판 관련 이슈를 잘 챙겨 보고 있나? 신문을 정독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책 관련 기사는 읽고 있겠지?’     

원래는 최근 이슈를 꿰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그중에 출판은 더더욱 잘 알고 있어야 되는게 당연지사인데, 시간이 좀 부족한 분이라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블로그를 구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혹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펴내는 <기획회의>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다음은 독서이력서, 

이것도 쓰려면 골치 아프죠.      


편집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읽은 책이 의외로 없다는 팩트에 폭격을 당하는 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걱정 마세요. 많은 친구들이 여기서 버벅이고 있을 거예요.     

독서이력서에 요점 및 독서의의를 써야 하는데 30종 이상의 어떤 책들을 쓰면 되는 걸까요? 


요즘은 절판된 《책책책 출판사 습격기》(서해문집)라는 책엔 지원자를 위한 조언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독서이력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어요. “출판사에서 말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은 눈여겨보지 않는 책을 찾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며, 주요한 출판사에서는 어떤 책을 출간하는지 알 정도는 돼야” 한다고요.     

즉, 출판 관계자들이 책 좀 읽었다고 평가할 지원자는 베스트셀러만 편식하지 않고, 스테디셀러는 물론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보물 같은 책도 읽어야겠죠? 

책 분야는 사실 정답이 없어요. 자기가 훗날 지원할 분야 위주로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한 모든 분야를 골고루 쓰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다양한 분야에 가능성을 갖춘 지원자로 보일 수도 있고, 분야를 융합하여 책이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글은 원래 그 사람이 쓰던 만큼 쓸 수 있는 정직한 영역이니까, 특별히 더 노력할 건 없겠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주의하도록 합시다. 여러분의 독서이력서를 검토할 분들은 글 귀신들입니다. 엄청난 양의 글을 읽어왔고, 어디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자주 틀리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죠. 의심이 되는 부분은 무조건 국어사전에 입력해 보세요. 교정교열의 제1원칙은 ‘의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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