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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희 Mar 31. 2024

굉장히 이상한 결혼식 준비

다른 사람들은 결혼 준비 어떻게 할까?

결혼하는데 결혼식은 꼭 해야 하는 걸까? 나와 여자친구의 생각은 '필수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였다. 이전 글에 결혼은 당연한 것이 아님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고, 밥을 먹으면 배고픔이 사라진다와 같은 진리가 아니고, 졸리면 자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도 아니다"라고 표현했는데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결혼이라는 인생에 큰 행사를 기념하는 행사로 일종의 사회적인 관습이다.


결혼식을 할지 말 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결혼식 준비는 어떤 걸까 먼저 알아보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이버 카페에 저렴하기로 유명한 웨딩 플래너 업체와, 회사 동료분이 하셨던 청담동의 유명한 플래너 업체에 다녀왔다.


네이버 카페에서 본 곳은 저렴해서 그런지 공장식 느낌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상담용 책상이 한 층에 모여있는 모습은 재수생 때 다녔던 학원을 연상했다. 대신 가격은 청담동 플래너 업체보다는 100만 원 정도 저렴했다. 또한 업체에서 주는 퀘스트(예를 들면, 후기 카페에 올리기 등)를 수행하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청담동 업체는 상담받는 곳이 룸 형태로 되어있어 조용해서 좋았다. 플래너분도 이전 저렴한 업체에 비해 좀 더 여유롭고 급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대신에 비용이 100만 원 정도 더 비쌌다.


두 업체 모두 내용은 동일했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


먼저, 예식장을 고른다. 예식은 크게 야외에서 할지, 실내에서 할 지로 나눠진다. 실내였는데 공간을 변형하면서 야외로도 쓸 수 있는 곳도 있다. 야외에서 할 경우 채광이 좋으면 훨씬 예쁘지만, 날씨가 안 좋으면 원하던 아름다운 모습으로 예식을 할 수 없고, 매일 날씨를 확인하며 초조해지는 문제가 있다.


그다음은 금액대를 고른다. 예식장을 빌리는 가격보다 식비가 훨씬 큰 비용이 든다. 무난하고 맛있는 곳이면 최소 10만 원은 생각해야 하는데, 200명이 온다고 생각하면 2000만 원이다. 좋은 식장일수록 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생각했던 예산을 말씀드렸더니 이에 맞는 식장을 여러 군데 보여주셨다.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진행 방식도 알게 되었다. "드메스드메"였다. 스튜디오 촬영을 위한 드레스샵 투어, 여러 개의 드레스샵에서 여러 드레스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을 선택, 스튜디오 촬영 날에 대여한 드레스 수령,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 결혼식을 위한 드레스 선택, 결혼식 당일 드레스 수령, 새벽 3시에 메이크업, 예식이라는 어마어마한 절차가 있었다.


스튜디오와 드레스는 플래너 방문 전에 자신이 어떤 취향이 좋은 지 생각해 가면 좋다 그래서 준비해 갔다. 생각한 콘셉트 얘기하니 업체들을 보여주셨다. 각 업체별로 만든 두꺼운 포트폴리오 책들이 있었다. 정말 많은 곳을 보여주셔서 열심히 메모하면서 봤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이상하다고 느꼈다.


결혼식을 하려면 왜 스드메를 하는지 설명하지 않더라. '남들 다 하니까 이렇게 하시면 돼요.'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스드메부터 예식장까지,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결혼에 대한 자본주의 시장에 들어오셔야 합니다.' 라는 느낌이었다.


스드메와 예식장을 소개해주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인 지 알 수가 없다. 플래너분들이 소개해주는 업체는 얼마나 로비를 하는 걸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아직 결혼 시장은 대중적인 온라인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년에 정부에서 가격표시제를 진행한다고 하니 개선되면 좋겠다.


플래너 분들과 상담하고 온 뒤, 우리 커플은 스튜디오 촬영은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스냅사진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플래너없이 우리끼리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결혼식을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결혼식을 하자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읽었던 어떤 글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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