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대기실에서 환영, 행진, 화촉 점화, 주례, 축가, 부케, 케이크 커팅 등의 과정은 축하와 기념의 의미로 하지만, 그 중 일부는 관습적으로 다들 하니까 진행한다는 형식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형식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안 하고 싶다.
예식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벌써 다음 커플의 결혼식이 준비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식당 뷔페도 다음 결혼식의 하객 수용을 위해 제한 시간이 있어 먹다가 도중에 나가야 했다. 그러고 보니 바빠서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식장에서 최대한 많은 커플을 결혼시키려다 보니 그렇구나 싶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결혼식이 굉장히 바쁘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쉬웠다.
친구가 많을수록 무조건 좋나? 아니다. 친구의 수 보다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반면 한국의 결혼식은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 하객이 많아야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객 수가 적은 게 싫은 사람은 억지로 인맥을 관리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을 하객 알바로 고용하기도 한다.
결혼식 식대가 오르면서 10만 원을 내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는 문화가 있다. 내 결혼식에 친구를 초대하는 건 하고 싶지만 축의금으로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어떤 분들은 축의금을 누가 얼마 냈는지 엑셀로 정리해 자신이 상대방의 결혼식에 갔을 때 같은 금액을 낸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친함의 정도에 따라 액수를 계산하는 나의 모습이 싫다.
결혼식에 큰 비용을 들이더라도 축의금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부모님은 자기가 은퇴하기 전에 꼭 결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자식에게 얘기하기도 한다.
뿌렸던 돈을 회수해야하다는 건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를 원하시는 걸까 아니면 돈을 벌기를 원하시는 걸까.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만 주고받으면 되지 않을까. 그걸 꼭 결혼식이라는 형태로 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지 말자고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려야 하고,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식을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고, 결혼식 없이 혼인 신고만 하자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마음을 먹게 해 준 글이 하나 있었다. 이 글은 다음 편에 얘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