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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희 Apr 14. 2024

비혼주의자였던 내가 결혼식을 하기로 결심한 계기

결혼식을 안 하겠다고 생각한 나의 생각을 바꾼 하나의 글

지난 편에서 결혼식을 하기 싫은 이유 다섯 가지를 이야기했다. 요약하자면 한국 결혼식의 형식적인 면과 시간적, 경제적인 부담이 싫었다.


여자 친구와 연애를 한 지 7년 차이다. 만약 결혼을 안 하고 계속 만남을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나이가 70 먹은 노인이 되어도 밖에서 데이트를 하고, 끝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런데 뭔가 그림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지금 여자 친구와 계속 만나다 보면 함께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결혼보다 동거가 더 하고 싶은 셈이다.


한국의 결혼식에 큰 거부감이 있었던 나의 마음을 바꾸게 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결혼식을 하지 않은 여자가 결혼식을 권하는 이유"라는 김모아 님께서 쓰신 글이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었다. 서로 사랑하고 특별한 서약이나 서류 없이도 평생을 함께 살 것이라는 견고한 믿음과 바람이 있는데 굳이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지 않았다.
...
‘식’은 하지 않았다. 30분마다 한 팀씩 돌아가며 앞 팀의 축가가 울려 퍼질 때 로비에서 다음 팀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공장형 웨딩홀 형식도 싫었고, 그렇다고 소수만 초대하는 결혼식은 어디까지 얼마나 초대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식’을 벗어나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때는 결혼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낭비가 싫었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한다. 홀가분한 시작, 결혼식 준비에 자연히 따라오기 마련인 번뇌와 불필요한 싸움들은 없어도 될 것 같았다.

김모아 님께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결혼식을 하지 않으셨다. 형식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공장형 결혼식은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셨다. 혼인 신고와 가족과의 식사로 결혼식을 대신하셨다. 식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으셨지만 지나고 나니 식의 필요성을 느끼셨다고 한다.


그렇게 결국 양가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설득당하셨다. 좋은 의미로 도전에 함께 하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도 부모님들은 본인들의 친구들과 일가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번거롭게 우리의 의도를 설명하고 계신다.
...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수고를 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서 한 번에 인사를 드리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한방에 얼굴을 비추었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결혼식을 안 하고 혼인 신고를 해 같이 살고 있으면 어떨까? 부모님께서는 친구에게 아들 결혼 했냐고 물어보면 결혼했지, 근데 결혼식은 왜 초대 안 했어?, 결혼식 허례허식이고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어서 안 했어~ 나도 편하고 좋았지 뭐야,라고 매번 얘기하면서 번거로우실 것이다.


공장형 결혼식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저희 결혼합니다!’라고 선포하는 것의 필요성과 한꺼번에 받는 축하에서 오는 기쁨과 힘이 있다는 걸 결혼식을 안 하고 보니 조금 깨닫게 되었다는 게 우리의 결론

무엇보다 결혼식에서 '우리 결혼합니다!'라고 공표하고, 그 자리에서 초대드린 분들께 받는 축복으로부터 큰 기쁨이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내가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결혼식을 안 하면 어떨까?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식은 안 하지만 축의금도 보낼 것이다. 이것도 물론 좋다. 결혼식 자리에서 축하를 건네면 신부님도 뵙고, 양가 부모님도 뵙고, 예전에 잠깐 뵜었던 친구의 누나도 만나서 인사드릴 것이다. 이것 또한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즉 결혼식은 나와 배우자가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를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함도 있다.

이 글을 통해 나는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왕 하는 거 좀 더 축하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식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식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미술관 갤러리에서 결혼식을 해보자라고 결론 내렸다. 어떤 이유에서 갤러리를 선택했는지는 다음 글에 써보겠습니다.



레퍼런스

https://www.elle.co.kr/article/4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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