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스윗비 Jan 10. 2024

저절로 적당히 먹게 되는 몸의 신호를 셋팅하는 법

직관적인 식사를 위한 몇 가지 팁들 

이전 글들을 통해 숫자로 계산하는 칼로리가 일반적인 식생활에서 ‘식사량’에 대한 기준이 되기 어려운 이유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실제 영양성분표의 부정확함, 개개인의 대사 효율을 고려하지 못하는 점 등이 칼로리 계산의 한계입니다.

https://brunch.co.kr/@doctorsweetb/131

https://brunch.co.kr/@doctorsweetb/132



사실, 제가 칼로리 계산을 추천드리지 않는 이유는 위의 이유들보다 더 중요한 바로 이것, ‘식사의 즐거움’ 때문입니다. 



강박의 굴레, 즐거움을 빼앗는 칼로리 계산 ?


물론 내가 먹는 음식의 대략적인 열량과 영양소를 아는 것은 건강을 위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칼로리 계산’에 너무 얽매이게 되면 음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즐거움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우리 계산된 용량만큼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기계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음식을 선택할 때 분명 건강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지만, 그 것은 억지스럽거나 강요된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당뇨 환자가 아님에도 연속 혈당 측정기를 사용하여 음식의 혈당 반응을 매번 살피며 식사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음식과의 건강한 관계를 맺는 측면에서 참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강박적인 습관은 거식이나 폭식 같은 섭식 장애와 연관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섭식 장애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3% 정도로, 특히 10-20대에서 증가율이 가파릅니다. 미디어나 사회적인 환경 같이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음식에 대한 강박적인 태도 또한 식이 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출처 : pexel


저야 전공 탓에 오랜 습관으로 가공식품을 살 때 원재료명, 영양성분을 확인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물론 그렇죠. 그렇다고 칼로리나 첨가물 때문에 때문에 먹고 싶은 과자를 억지로 참는다거나 제로 칼로리라는 이유로 음식을 굳이 선택하지도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칼로리 걱정으로 맛있는 디저트를 참지도 않고요. 언제나 주어진 음식을 감사하고 즐겁게 먹으며, 삶에서 균형 있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음식은 우리 몸에서 ‘영양학적’ 역할도 하지만 ‘사회적’이면서 ‘정서적’인 역할도 합니다. 단순 연료가 아닌 사회적 윤활제이자 하나의 ‘문화’입니다. 


지금 혹시, 내 몸을 기계처럼 생각하거나 음식을 단순 연료로 대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렇게 음식을 계산해서 먹는 것이 어렵고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면, 우리는 어떻게 식사량을 조절하고 또 찾아가야할까요? 자연스럽게 몸의 신호를 셋팅할 수 있는 직관적인 식사량 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게요.



포만감 신호를 셋팅하자


제가 진료실 안밖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상담하면서, 또 제가 적정 체중을 찾아가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부분이 바로 이 ‘적정량을 느끼고 멈추게 해주는 포만감’ 신호입니다.

위장장애가 없고, 거식/폭식증이 없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으로 ‘배부름’이라는 신호는 우리 몸에서 음식 섭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줍니다.

우리가 처음 태어났을 때, 아이들은 저절로 배고픔의 신호를 알고 배가 고플 경우 울음으로 표시를 합니다. 배가 부를 경우에는 아무리 젖을 물려도 더 먹지 않기도 합니다. 그 신호를 느끼는 것은 '본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그것들이 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은 더 먹어라 혹은 그만 먹어라, 하는 환경적 혹은 학습적인 요소들, 심심해 하거나 우는 아이를 먹을 것으로 달래는 습관들, 배고프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간식들에 대한 노출, 영상을 보면서 먹는 식사, 후다닥 먹는 습관 등 …

바르지 않은 식습관들로 인해 이 신호는 점점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나쁜 식습관들로 인해 배부름의 신호를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더라도 무시하며 식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 내가 아래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현재 직관적인 식사량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한 번 확인해볼까요 ?


배가 부른데도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자꾸 먹게 된다.

식사 시간 외에도 습관적으로 음식을 먹게 된다.

심심함, 따분함, 슬픔, 기쁨의 감정을 대체로 음식으로 해소한다.

음식을 보면 허겁지겁 빠르게 먹는다.

영상을 보면서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습관이 있다면 식사량 조절에 어려움을 흔하게 겪습니다. 게다가 이럴 때 먹는 것들은 대부분 영양 불균형과 에너지 과잉을 초래하는 음식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샐러드를 과식하거나, 샐러드를 자꾸 먹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꼭 아래의 연습을 통해 배부름과 포만감의 신호를 느끼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우리가 다 잘 아는 내용인데, 잊고 있고 지키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저절로 식사량이 결정되는 몸의 신호 셋팅하기>


1) 30번 가량 씹기

2) 20-30분 가량 천천히 먹기

3) 핸드폰이나 영상을 보지 않기

4) 배부르고 포만감이 느껴지면 숟가락 내려 놓는 연습 (남겨도 된다는 생각)



1. '씹기'


"20대 이후로는 나이만큼 씹어 먹어라" 는 격언이 있을 정도죠. 씹기는 그만큼 우리 식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씹기를 제대로 한다면 식사 시간이 저절로 길어져 포만감 신호를 느낄 시간적 여유가 생깁니다. 또 씹으면 씹을 수록 포만감을 주는 위장관 호르몬들은 증가하고 (CCK, GLP-1)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은(그렐린) 감소해 많이 씹을수록 포만감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 오래 씹을 수록 숟가락질 횟수가 줄어 식사량도 저절로 조절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씹으면서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느낄 기회도 늘어납니다. 후루룩 먹어 ‘해치우는 것’보다는 향, 맛, 질감을 음미할수록 식사에서 얻는 만족감은 더욱 커집니다.

게다가 침에도 소화 효소가 존재합니다. 충분히 씹는다면 입에서부터 침과 음식물이 오래 접촉해 소화가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를 먹을 수록 위장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나이만큼 씹는 것은 권장할만 합니다. 씹는 것만으로도 뇌에 자극이 되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꼭꼭 씹는 것은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습관입니다.



2. 식사 속도와 포만감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빠르게 먹을 경우 더 많은 양의 음식물을 섭취하게 됩니다. 이는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빠르게 먹는 것과 비만은 관련이 컸고, 특히 내장비만을 나타내는 허리둘레와의 연관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30분 가량 느긋하게 식사를 하면,  뇌의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고 혈당 조절을 하는 여러 호르몬들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PYY, GLP-1)


Figure 1 Schematic presentation of gut hormone responses and clinical outcomes in healthy individuals eating at a slow rate . How Important Is Eating Rate in the Physiological Response to Food Intake, Control of Body Weight, and Glycemia?, Nutrients. 2020 Jun 10;12(6)



3. 영상 시청과 포만감


영상시청은 앞서 언급한 씹기와 천천히 먹기 모두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우리 뇌는 사실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멀티 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다만 저글링 하듯이 여러 일을 “번갈아가면서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영상을 보는 동안에는 저절로 대충 씹게 되며 천천히 먹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간혹 천천히 먹기 위해 영상을 틀어 놓는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저도 천천히 먹기 위해, 혼자 먹는 동안 지루함을 참기 위해 처음 시도해보았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단순히 먹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포만감과 만족감에는 궁극적인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특히나 영상을 보는 경우 음식을 ‘인지’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물리적인 포만감만 얻는 것이 아니라 맛, 향, 질감 등을 제대로 ‘인지’하고 느낄 때 더욱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식탁 위에 앉게 한다고 영상을 틀어 놓는 것은 최악의 행위입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처음부터 30분 가량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 있기 전부터 아이가 식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알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었습니다.

 


4. 포만감을 인지했을 때 내려놓는 연습

자, 천천히 먹고 꼭꼭 씹고 영상이 아닌 식탁에 집중하는 식사를 즐겼습니다. 이제 우리 뇌에서는 ‘배불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 때 식탁에 남은 음식이 아까워서 혹은 음식을 남기는 것은 나쁜 일이니까, 라는 여러 이유로 계속 숟가락을 놓지 못하고 먹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는 아주 중요하지만, 많이 먹으면 칭찬 받고 음식을 남기면 혼이 나던 어린 시절의 우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 행동, 무의식적으로 계속 먹는 습관적인 식사야 말로 우리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자기 조절력을 망가뜨리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포만감을 느끼는 식사의 기본 틀을 우리 한 번 되짚어 보았습니다.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내용들이지만, 기억하고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식사 시간을 한 번 돌아보시고, 천천히 그리고 꼭꼭 씹으며 식사 시간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자, 이렇게 포만감 연습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때때로 생깁니다. 식욕이 몰려와 주체하기 힘든 순간을 만나는 사람들도 있죠. 바로 감정과 음식이 맞물릴 때입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날 때, 혹은 심심함을 느낄 때, 종종 음식은 우리의 감정 해소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감정과 식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요 ?

이 관계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우리는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

다음 글에서 음식에서 보다 만족감을 얻는 연습, 음식과 감정의 관계를 조율하는 연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글 예고 : 마음 챙김 식사란 ?


참고문헌

Effects of chewing on appetite, food intake and gut hormon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hysiol Behav. 2015 Nov 1:151:88-96.

Association between eating rate and obes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 J Obes (Lond). 2015 Nov;39(11):1589-96

Oral Processing, Satiation and Obesity: Overview and Hypotheses,Diabetes Metab Syndr Obes. 2021 Jul 26:14:3399-3415

How Important Is Eating Rate in the Physiological Response to Food Intake, Control of Body Weight, and Glycemia?, Nutrients. 2020 Jun 10;12(6)

Associations between children's diet quality and watching television during meal or snack consumption: A systematic review, Matern Child Nutr. 2017 Oct;13(4):e12428.

매거진의 이전글 식단 말고 '식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