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거친 후

숨고 싶었던 내가 다시 걸어나가기까지

by 슬그머니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해 있다고 느꼈다. 그 시선들이 나를 찌르듯 바라보는 것 같아서, 도망치고 싶었다. 숨고 싶었다.

그래서 안개가 좋았다. 나를 감춰주는 그 하얗고 오묘한 분위기 속에, 조용히 들어가 숨어있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누구도 나를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점점 그렇게 나는 내 모습을 숨겼다. 안개의 신비로움에 스스로를 덮어두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안개 속에 숨어 있다고 해서 정말 보이지 않을까?

아침이면 피어오르던 안개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 않던가.

맞다. 안개는 머무르지 않는다.
안개가 걷히면, 다시 맑은 하늘과 환한 세상이 드러난다.

아빠는 그런 날이면 늘 말씀하셨다.
“안개 꼈네? 오늘은 햇빛이 좋겠구나.”

그리고 정말 그랬다. 안개 뒤에는 언제나 따뜻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그날이 온 것 같다.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는 날.
세상이 다시 말없이 다가와주는 날.

숨어있던 나를 향해, 이제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런 날.

나도 이제, 조금씩 걸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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