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과거의 나에게
"대학 가면 다 해결될 거야."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모든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전공을 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들 말했다.
점수 맞춰 좋은 대학 가면 다 해결된다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정말로.
진로, 미래, 불안함—all clear.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오직 '대학'이라는 두 글자만 바라보고 달렸다.
명확한 목표도 없이, 구체적인 학과나 직업도 정하지 못한 채.
그저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이유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봉사하는 게 재미있었으니까.
다들 그 이유로 이 과를 택한다고 했으니까.
수시로 붙었다.
그리고 아무 기대도 없이 수능을 치렀다.
마지막 사탐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기억한다.
왁자지껄한 교실, 고요한 하늘, 그리고 텅 빈 마음.
나는 그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대학 입학, 신입생 환영회, OT, 수강신청...
무언가 기대했던 것들과는 달랐다.
나는 점점 말라갔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모든 선택은 내 몫이었다.
나는 단지 19살에서 20살이 됐을 뿐인데,
책임져야 할 것은 배가 늘었다.
특히 내 자신을.
내가 꿈꾸던 ‘낭만’은 없었다.
1학기가 끝나고 찾아온 방학은
처음 겪는 공허함이었다.
친구를 만나도, 혼자 있어도 이상했다.
좋은데, 아픈 그런 감정들.
그리고 문득,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라는 질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기로 했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믿음 하나로.
대외활동도 해보고,
사람도 만나보고,
해외도 나가봤다.
시야는 넓어졌고, 세상은 신기했다.
하지만 그 안에 내가 없었다.
어쩌면 엉뚱한 땅을 삽질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그렇게 휩쓸리듯 3학년이 되었고,
그냥 주어진 과제를 해내다 보니 시간은 흘렀다.
무언가 했지만, 아무것도 이룬 건 없었다.
나는 점점 작아졌고,
말도 못 하고 주눅 든 ‘그저 나이만 먹은 애’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4학년.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남들이 관심 있는 건 다 찾아보면서
정작 나는 내 관심사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하와이에 갔다.
뭔가 다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돌아와서 주어진, 나에게만 온전한 시간.
6개월.
그때 코로나가 터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내겐 기회였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내 삶을 곱씹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 시간은
내 인생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했던 시기였다.
처음으로 휩쓸리지 않았다.
내가 중심이었다.
그래서 복학했고,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곧 나는 졸업한다.
내 대학 생활은 기대에서 시작해,
실망과 표류를 거쳐,
이제서야 나의 항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젠,
주변의 기대나 평가가 아니라
내가 만든 기준과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취업이라는 커다란 문턱 앞에서
예전의 나와는 분명 다르다.
대학이 전부라고 믿고 상실감에 빠졌던 내가 아닌,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조금은 아는 나.
그렇게 오랜 시간 표류하던 나는
이제,
내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표류기에서 항해기로.
이건 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