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속에서 나도 물들어 갔다
2017년 3월 어느 밤.
산골자기로 들어가는 버스 안.
나는 또다시 한숨을 내쉰다.
오늘 나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
무슨 말을 또 막 던졌을까.
잊고 있던 장면들과 말들이
한순간에 몰려와 나를 덮고,
괴롭힌다.
사소했던 내 말투, 눈빛, 웃음까지.
누군가에게 이상하게 보였을까 봐
나는 또다시
작고 약한 나를
조용히 헐뜯고,
속으로 조롱하고,
끝끝내 괴롭힌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도,
그렇게까지 나를 미워할 일은 아니라는 것도.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부끄럽고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나는 또다시 나를 조각낸다.
점점 작아지는 조각들.
그 틈으로
불안이 흘러든다.
서울의 빌딩들은
뿌연 하늘 아래에서도
마치 지들이 별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빛을 낸다.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나는
억지로 그 속에서 나를 꾹꾹 눌러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또 웃고 만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가
진짜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인공적인 것들이
자연스러운 걸 삼키는 날.
푸르른 하늘이
회색빛에 묻혀버린 날.
그날 속에서
나 또한,
조금씩 흐려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