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새로운 등장

by 슬그머니

"기분 좋아 보이네?"


다른 수급자 가정으로 끝장나가는 길. 자율운전 차량 운전석에 탄 주현과 지우는 태블릿을 보며 출장 갈 대상의 집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꾸만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는 주현에게 지우가 말했다. 김하율 씨의 출석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에 주현은 믿을 수 없는지 태블릿을 여러 번 쳐다보았다.


"김하율 씨가 출석을 하셨어요."


생기가 도는 주현의 모습에 지우는 피식 웃음을 짓고는 다시 태블릿을 보았다. 지우는 티 나지 않게 다시금 냉소적인 말투로 말했다.


"아직. 안심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지우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눈치였다.


"이번 새로운 집은 기아동학대대상자야."


"주아람 씨 38세, 아동은 주이현 19세 고등학교 3학년, 주시현 9세 초등학교 2학년 이 집 맞죠?"


주현이 태블릿의 정보를 읽었다.


"특이하네요. 상담 내용들이."


상담내용이 거의 3일마다 적혀있었다. 자세하고, 세밀하게, 그 내용들은 다 부정적인 내용들이었다.


"이 집. 유명해."


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네? 왜요?"


"엄마는 어릴 적부터 수급자 가구였고, 주이현과 주시현은 아버지가 달라. 주이현은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랑 사이에서 가진 아이고, 주시현은 성인 되고 남자친구 사이에서 낳은 아이고."


"아...."


주현은 정리된 히스토리를 급하게 눈으로 읽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임신하여, 낙태를 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출산하였음."


주현은 충격을 받았는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부모 수급자들은 일상이야. 남편이 없는데, 임신하는 경우도 있고, 남편이 자꾸 바뀌어서 애들 아빠가 다 다른 경우도 있고."


대수롭지 않은지 지우는 대상자의 내용을 보았다. 주현도 다른 내용들을 열람했다.


"교육도 잘 받고 있고, 협조적인 편인데 뭐 때문에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가는 거야."


"네?"


지우의 말에 주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말한 적 있나. 교육만 받고 취업할 생각은 없는 부류. 나라에서 지원금만 받아가는 거. 그게 의심되거든."


"아......"


주현은 태블릿을 살폈다. 실제로 교육 수강만 완료하고, 취업은 계속 미루고 있었다. 거기에 자꾸 알코올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있었다.


"거의 다 와 간다. 이번 주아람 씨는 겉과 속이 많이 다르니까. 속지 마."


지우의 말이 끝나자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지우와 주현은 빌라로 향했다. 수급자 주거지역 가운데 위치한 빌라는 다른 빌라에 비해 깔끔한 편이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있는 건물이었다. 주아람의 집 501호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 깔끔한 내부가 펼쳐져 있었다.


"이 건물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거든."


놀란 얼굴의 주현이 복도를 보자 지우가 별일 아니라는 듯 앞장섰다. 501호 앞에 선 주현은 태블릿을 들어 스캔을 완료했다.


"501호 주아람 씨 집 방문 확인되었습니다."


태블릿 알림이 울리자 지우는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는 아이의 소리와 남자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굵은 목소리에 주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지우는 차가운 눈초리로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행정복지센터입니다. 주아람 씨 문 여세요."


안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고서는 도어록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 부었는지 얼굴이 커진 주아람 씨가 있었다. 술냄새가 문밖을 넘어 나왔다.


"누군대?"


그 뒤로 짧은 머리에 전형적인 배 나온 아저씨처럼 생긴 남자가 걸어 나왔다. 170 초반대의 키로 살이 쪄서 인지 덩치가 커 보이긴 했다. 그 남자에게도 술냄새가 났다. 주현은 낯선 남자의 등장에 얼어붙었다.


"행정복지센터 가정방문 상담입니다. 협조하세요."


지우의 차가운 말투에 남자는 기분이 좋지 않은지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변했다. 당장이라도 때릴 것 같았다.


"공무원 주제에!"


소리치려는 순간 주아람이 남자를 말렸다.


"아~ 오빠 왜 그래."


하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지 남자는 위협적으로 지우를 쏘아보았다. 키가 170이 넘는 윤지우와 비슷한 눈높이여서 그다지 위협은 되지 않았지만, 남자는 당장이라도 지우를 때릴 것만 같았다.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고 싶으십니까?"


지우의 말에 주현은 매뉴얼대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테이져건을 꺼내어 겨눴다.


"협조하세요."


지우의 말이 차갑고 냉정하게 깔렸다.


"오빠아....."


남자는 성을 내다가 지우의 몸통에 달린 바디캠을 보고는 눈치를 살폈다.


범죄자로 낙인찍히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우는 태블릿을 들어 비상출동 기능을 껐다. 주현은 테이저건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그 자리에 섰다. 손이 떨리는 게 멀리서도 보일 지경이었다.


"미상의 남자분께서는 자리를 비켜주시죠. 주아람 씨와 대화할 것이 있습니다."


지우의 냉철하고 단단한 어조에 남자는 성에 내키지 않는 듯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복도로 향했다.


"들어가겠습니다."


주현이 주아람에게 말하자 아람은 문을 열어주었다. 집안은 꽤 넓었다. 방 세 개에 화장실 두 개까지 그전까지 가봤던 수급자 집 중 가장 넓었다.


하지만 집은 더러웠다. 바닥은 언제 닦았는지 모르게 먼지가 쌓여 있었고,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장난감들은 바닥에 쓰레기처럼 같이 놓여있었고, 식탁에는 술병과 안주로 먹었는지 음식들이 보였다. 술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음식은 이제 막 먹기 시작했는지 연기가 났다. 주시현은 멍하니 티브이를 보며 침을 흘렸다.


"저 교육도 잘 참여하고 있는데. 왜 오신 거예요?"


주아람은 살짝 성이 났는지 비협조적이었다.


"취업은 왜 안 하시죠?"


지우가 냉랭하게 물었다.


"취업은.. 하는 중이에요. 구직 중."


주아람은 짜증 난다듯이 쏘아붙였다. 그 사이 주현은 혼자 앉아있는 시현에게 다가갔다.


"시현아 안녕?"


시현의 앞에 쪼그려 앉아서 인사를 건넸다. 가까이서 본 시현이는 머리가 떡져있었으며, 옷은 계절에 맞지 않게 반팔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피부가 가려운지 벅벅 긁는 중이었다.


"안녕."


시현이는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이내 티브이를 보았다. 거의 빨려 들어갈 것처럼 이미 영혼을 티브이에 바친 것 같았다. 주현은 아이의 몸상태를 살폈다. 주현이 터치하는데도 아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행히 폭행의 흔적은 없는 것 같았다.


"구직을 안 하고, 계속해서 이 상태로 수급비만 받으시면 안 됩니다."


"하는 중이라니까요."


아람이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저 남자분은 누구시죠?"


시현을 살피던 주현이 물었다.


"남자친구요. 사생활이거든요? 좀 나가주시겠어요? 확인 끝나셨잖아요!"


주아람이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주현은 당황해서 지우를 보았다. 지우는 표정변화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주아람 씨. 이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계속 알코올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아이의 출석 일수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또다시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거'라는 말에 주아람은 멈칫하고서 꼬리를 내렸다.


"아이 엄마시니까. 아이를 위해서 잘 생각해 보세요. 지난번에는 원가족 복귀가 좋다고 생각돼서 선생님 믿었던 거지만, 이번에는 봐드릴 수 없어요."


주현의 말에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현과 지우는 건물을 나왔다. 아까 전에 주아람 씨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빌라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며 두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우는 별 관심 없는 듯이 차에 올라탔다. 주현은 조금 겁먹었는지 눈치를 보고 차에 탔다.


"겁먹지 마. 저 사람들. 별 거 없어."


지우의 말에 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직 전 교육에서 총기연습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진짜로 써볼 줄은..... 주현은 떨리는 손을 보았다.


"주아람 씨 괜찮을까요."


"곧 제거될 거 같다. 아이만 불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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