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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Aug 10. 2017

33.찾았다. 물속의 안나푸르나

<피시 테일 로지>

포카라를 떠나기 전 날, 마지막 미션으로 엽서 안에 나오는 반영 사진 촬영 포인트를 찾기로 했다. 겸사겸사 이곳에 오기 전 봤던 드라마 '나인'의 멋진 식당에도 가 보고. 검색해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드라마 속의 풍경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지고 페와호수를 따라 걸었다. 어디 표지판을 찾기도 어렵고, 사람들이 잘 다니는 곳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알고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들러보긴 어려운 곳이다. 이름은 피시 테일 로지, 다시 말하면 마차푸차레 로지라는 이름과도 같다. 

시골에 가면 가끔 볼 수 있는 줄로 연결된 배다. 이 배로 오가는 손님들을 태워주는 호텔보이가 있다. 특별히 돈을 내거나 하진 않는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리조트 안의 풍경은 여태까지 네팔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곳이 있긴 하구나 싶은....

포카라 시내에 있는 우리나라 모텔급 호텔이 $25 정도라면, 이곳은 $150 정도 되는 곳인데, 네팔 물가를 생각해 보면 비교적 럭셔리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 풀장도 있고, 쉴 공간이 제법 있어서 가족이든 연인이든 며칠간 휴식을 원한다면 나쁘지 않다.

식당 옆 정원에는 넓직히 떨어진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물론 뷔페식 브런치다 보니 건물 안에서 대부분 조식을 하지만 그림도 아니고 저런 풍경을 두고 정원 자리를 포기할 순 없지. 

드라마 '나인'에 나왔던 그곳을 찾았다.

페와호수에선 보트를 타는 여행객들도 있고, 여기 있으니 세상 시끄러운 줄 모르고, 그저 모든 게 평화롭기만 하다.

그리고 혼자라 아쉽지만 근사한 아침식사. 믿기지가 않아.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산속 로지에서 코를 막고 음식을 먹은 적도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다. 


<댐 사이드>

물에 비친 산의 반영을 보니 아무래도 강을 따라 왼쪽으로 더 내려 가야 촬영 포인트가 나올 듯하다.

강을 따라 동쪽으로 쭈욱 걷다 보면 댐이 나온다고 그 부근을 '댐 사이드'라고 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멀리 댐이 보인다. 왠지 댐까지만 가면 원하는 그림이 나올 법도 있겠구나 싶다. 

물에 비치는 산의 모습이 점점 엽서의 그것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댐으로 가려면 중간에 이름 없는 작은 공원을 지나야 했다. 댐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뷰포인트는 바로 이 공원 안에 있었다.

왔구나! 보았구나! 바로 여기로구나! 정말 여러 컷을 눌러봤다. 생각처럼 반영이 나오질 않는다. 정오가 지난 시간이다 보니, 아쉽게도 점점 물에 물결이 생긴다. 포인트는 찾았지만 바람이 이는 호수에선 반영을 찍을 수 없으니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오기로 한다. 해가 뜨고 나면 대기 중에 공기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 공기의 이동이 바람을 만들고, 그 바람은 물을 일렁이게 해서 오전에 잠잠하던 호수가 오후가 되면 살짝 움직이게 되는 거다. 

[Galaxy S4] 다음날 아침, 오전 비행기이긴 하지만 새벽 사진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좀 무리수를 낸다. 어차피 장소도 알고 있고, 해 뜨고 바로 돌아오면 되니까. 아뿔싸!,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택시를 왕복으로 얘기하고 공원까지 오긴 왔는데 공원 문이 잠겨있다. 캄캄하고 한적한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유럽에서 오신 아저씨 한 분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셨다. 왠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리곤 합심해서 공원 관리인을 깨우기로 했다. 나는 쇠문을 두들기고, 아저씨는 휘파람을 불고, 결국 공원지기가 나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화를 낼 법도 한데 자초지종을 듣고 시크하게 문을 열어 주시는 아저씨.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합장하고 고개숙여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드렸다. 어제와 같은 장소, 정적 속에서 얻은 사진..... 6:48 am. 물안개가 살짝 낀 모습까지, 꽤 공들여 그린 수묵화 느낌이다. 

[Galaxy S4] 얼마 지나지 않아 햇살이 마차푸차레 꼭대기에 닿기 시작했고, 그 모습들은 그대로 페와호수에 데칼코마니가 되었다.

[Canon20 D] DSLR로 같은 구도로 찍어 본다. 얼핏 봐서는 큰 차이는 없다. 나중에 액자라도 해서 걸어 놓을 생각이면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것은 깊이감이 떨어지겠지만. 

[Galaxy S4]

[Galaxy S4] 왼쪽부터 안나푸르나 I,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

[Galaxy S4]

[Galaxy S4]

[Canon20 D] 이제 떠나면 또 오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인지 정말 신중하게 한 컷, 한 컷을 담아 본다.

[Canon20 D] 이런 사진은 뒤집어 걸어 놓아도 사람들이 구분 못할 때가 있다.

[Galaxy S4] 말 한마디 없이 각자 사진을 찍다가 해가 다 떴다 싶을 즈음 독일 아저씨와 다시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찍어드린 독일 사진가 아저씨 사진. 이 장면을 얻으려고 포카라를 여덟 번째 찾아오셨다고 했다. 그 여덟 번 중에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 포인트는 알려져 있지도 않고, 책에도 없고,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곳인데 잘 찾아왔다며 내게 정말 행운아라고 했다. 아마 이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공원 앞에서 되돌아 갔을지도 모른다. 

[Galaxy S4] 그리고 아저씨가 찍어준 내 인증샷. 사실 찍힌 강 건너편의 분위기는 정말 좋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던 장소는 풀들이 우거진 상태로 뭐가 나올지 몰라 좀 신경이 쓰이던 곳이다. 

포카라에서 지낸 며칠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뿌듯함을 안고 떠날 수 있다. 안나푸르나에 갔을 때의 감동만큼이나 흐뭇한 작업이었거든. 이제 미련 없이 포카라를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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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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