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한결같은 맥주의 품격
기네스는 영국에서 가장 저렴한 맥주 중 하나입니다. 영국에서 가격으로 기네스와 경쟁할 수 있는 맥주는 아마 버드와이저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네스는 누가봐도 여타 맥주와는 다른 뚜렷한 개성이 있습니다. 단지 아름다운 검은빛과 회색빛 거품이 자아내는, 몸에 잘 맞는 매끈한 수트를 보는듯한 시각적 아름다움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묵직하면서도 걸쭉하지 않고, 쌉쌀하면서도 달콤하고, 풍미가 넘치면서도 담백한, 도저히 하나의 맥주에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요소들이 완벽한 비율로 녹아들어 생겨나는 개성, 기네스 스타우트의 개성은 ‘스타일을 정의하는 맥주’의 그것입니다.
뮌헨에서 맛본 호프브로이와 아우구스티너의 헬레스 라거 맥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 기본 맥주, 늘 한결같은 맛이어도 늘 감탄하게되는 맥주의 품격은 결코 무난함과 ‘무개성’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신선한 호프브로이의 라거는, 설사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더라도 다른 라거와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까지 배송되는 과정에서 그 섬세한 화사함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 차이를 국내에서까지 느끼기가 어려울 뿐이지요.
저렴하고 늘 한결같은 대기업의 맥주, 인정합니다. 단, 기네스의 스타우트처럼, 호프브로이의 라거처럼, 파울라너의 밀맥주처럼, 맥주 스타일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개성과 품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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