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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un 17. 2024

특별 편 - 향수 Q&A

향수에 관하여


어느덧 일 년의 반이 지난 6월입니다.

저에게 여름은 특별한 계절인데요,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고, 가장 설레는 계절이며, 명랑하고 쾌활하며 푸른 풀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좋은 일들은 다 여름에 모여있달까요?

벌써 반이나 지나갔지만, 남은 반 더 행복을 채울 수 있게 노력하여야겠습니다.

더 농축된 여름의 향기를 따라 오늘도 출근입니다.


오늘은 특별 편이에요. 고객님들이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중에서 가장 흔하고 가벼운 것들로 몇 가지 추려보았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한 자 한 자 적어볼게요.


Q. 향수는 어디에 뿌리나요

A. 대부분 맥박이 뛰는 부분에 뿌리시면 향조가 튀어올라 발향이 좋습니다. 주로 손목이나 귀 뒤, 목 뒤에 뿌리시기도 합니다.

나 자신이 나의 향을 느끼시고 싶다면 상체 위주로, 나는 향에 민감하여 은은하게 느끼시고 싶지만,  타인은 나의 향을 확 느꼈으면 좋겠다 하시면 하체 위주로 뿌리시는 게 좋습니다.

주로 바지 밑단이나 재킷 밑단을 추천드리며 변색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옷감 안쪽에 먼저 테스트해 보시고, 밝은 옷에는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향수를 손목에 도포하시고 비비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향수 입자가 깨져서 향이 변질되므로 톡톡 찍어 바르듯이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향수 뿌리시기 전 병을 흔드시는 것도 지양해 주세요.


Q. 향수 베이스 노트? 그건 뭔가요

A. 향수에는 베이스 노트와 미들 노트와 탑노트가 있습니다.  탑노트는 고객님께서 매장에서 시향 하실 때, 즉 뿌리자마자 나는 가장 첫 향이 탑노트입니다. 향수는 시간에 따라 향이 변화하는데 피라미드 모양으로 향을 쌓아서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개발새발로 졸면서 적던 옛날 교육자료에서 발췌

첫 향이 별로인데 잔향이 좋거나, 혹은 매장에서 맡아보시고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셨는데, "막상 사용하다 보니 향이 별로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일들이 신경 쓰이신다면, 첫 향과 잔향이 동일한 향수(리니어향수)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니치향수가 뭔가요?

A. 소수의 취향에 적합한 프리미엄 향수인데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나만의 향을 선호하시는 분들 타깃의 향수입니다.

그렇다고 호불호 강한 향들만 있는 것이 아니니 꼭 시도해 보세요.


Q. 여름 향수와 겨울 향수가 있나요

A. 여름에는 주로 시원한 향을 뿌리시고, 겨울에는 따뜻한 향을 뿌리시는데 시원한 향이라 함은 시트러스 (귤이나 오렌지, 라임 열매의 향), 아쿠아 계열이고, 따뜻한 향은 파우더리나 달콤한 과일 향이나 바닐라 향으로 크게 나뉩니다.

계절별로 딱 정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오나, 가끔 어떤 향수를 뿌리시고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멀미를 한다 하시는 경우가 이런 경우입니다.

날이 더울수록 파우더리나 달콤한 계열을 뿌리시면 더 진하고 따듯한 느낌으로 발향되기 때문입니다. (파우더향, 나무향, 가죽향, 바닐라향 등.)


Q. 유통기한이 어떻게 되나요

A. 제조 일자로부터 3년을 권장드립니다. 향수를 개봉하신 후는 2년 권장드립니다. 한번 개봉하시면 날아가는 알코올 성분이나 색이 외부 요인에 의해 변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습하지 않고 빛이 닿지 않는 실온에 보관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해가 닿지 않는 화장대 안쪽이 가장 좋아요.


Q. 유통기한 지난 향수, 어떻게 활용할까요

출처 픽사베이


A. 향수 뚜껑 제거 후 에탄올과 혼합하여 디퓨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리병에 용액을 넣고 발향 스틱을 꽂아주시면 끝! 신발장이나 옷장에 두셔도 좋고, 세탁 시 헹굼에 몇 방울 떨어뜨려주시면 섬유에 은은하게 남습니다. 반찬통 밑에 남은 보기 싫은 스티커 자국도 향수를 뿌려서 닦으면 말끔하게 닦이고, 플라스틱에 묻은 매직 자국도 잘 지워집니다. 안 쓰는 천등에 향수를 묻혀 옷장에 넣어두시면 다른 옷에도 향이 폴폴 기분 좋게 남습니다.


Q. 향수의 지속력을 높이는 방법은 뭔가요?

A. 물론 공병을 들고 다니시며 수시로 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피부가 촉촉할수록 향을 더 오래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무향 바디로션을 바르시고 향수를 뿌리시거나, 샤워 직후에 뿌리시는 것도 좋습니다. 손목에 바셀린을 살짝 바르시고 향수를 뿌리시는 방법과 머리카락 끝에 뿌려주셔도 좋습니다. (건조한 머릿결인 분들은 추천하지 않으며, 향수 브랜드에서 나오는 헤어미스트를 추천합니다.)  

틴케이스 등에 바셀린을 덜어 드라이기로 열을 가해 녹인 후 향수를 섞어 다시 굳히면 고체 향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하철이나 사람 많은 곳에서 향수를 뿌릴 수 없어서 롤온타입의(입구에 볼이 달려있는 공병)을 구매해 사용하는 편입니다.


Q. 향수 노즐이 고장 났어요

A. 구매하시자마자 액체가 나오지 않는다면 매장으로 가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교환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새 제품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하지만 이미 사용을 많이 하셨을 경우, 대부분 향수는 완제품이기에 AS가 불가한 제품일 경우가 높습니다. 그럴 때는 펜치등의 도구로 향수의 손잡이 부분을 개봉하여 공병에 옮겨 담아 사용하시거나, 트라발로 공병을 구매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드럭스토어 등에서 구매 가능 )

(떨어뜨리셔서 파손된 상태인데 처음부터 이랬다며 매장으로 오시면 직원들은 다 알아봅니다. 오늘도 몇 명 있었다는 사실.)



출처 픽사베이

Q. 나만의 향을 찾고 싶어요

A. 여러 향을 맡아보셔도 내 취향에 꼭 맞는 향수를 찾기 어려우셨다면, 다양한 향수 레이어링을 추천해 드려요. 예시로 너무 달거나 무거워서 몇 번 뿌리고 그냥 방치해 두었던 향수를 가벼운 비누향이나 꽃향기와 함께 뿌려보세요. 또한 좋아하는 향수와 남성 향수를 레이어링 하면 중성적이고 관능적인 향으로 연출됩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향의 조합을 찾으면 너무너무 만족하실 거예요.

향수도 옷처럼 많이 레이어링을 시도해 보셔야 멋진 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

(조향 시 의도적으로 여성 향수에 우디와 가죽향을 넣어 섹시함을 넣고 남성 향수에 라벤더나 재스민 라일락을 넣어 관능적인 느낌을 강조합니다.)


오렌지 빛 퇴근 길


향이 너무 주관적이라서, 저희도 응대하다 보면 정말 많이 맞닥뜨리는 상황 중에 "화장실 변기 냄새나요.",

"찌린내 나요."라는 등의 신기한(?) 향 표현이 참 다양한데요,

분명 누군가는 너무 좋아하는 최고의 향수라고 극찬하는데 말이죠.

심지어 가장 많이 좋아하시는 호불호 없는 향도 싫다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고,

정말 달콤한 성분이 하나도 없는데 달다고 느끼시는 등 많은 향들이 있습니다.

정말 입맛처럼 천차만별인데요,

예시로 많은 고객님들이 처음부터 과일 향기 싫다고 하시다가 결국 취향 찾아 따라가 보면 결국은 과일 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응대를 받아보시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차치하고,

남성분들이 향이 마음에 드는데 "여성용 아닌가요?"라고 물으시며 구매를 안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위의 사례처럼 다 다르게 향을 느끼시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라면 과감히 도전하세요! 제발.


어느 퇴근 길 마주한 나무에 걸린 달


향수는 입는 보석이라 할 정도로 나를 잘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나를 각인시키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종류의 향수들이 있지만, 나에게 잘 맞는 향수를 찾기가 너무너무 어렵죠. 저희 매장에 오셔서 저와 함께 고객님만의 시그니쳐 향을 찾아보아요!

제가 안성맞춤으로 찾아다 드릴게요! 저 믿고 따라오세요!


오늘의 저는 지금 지하철에 몸을 싣고 퇴근하며 원고를 마무리 짓습니다.

늘 아쉬운 마지막이지만 슬프고 마음 아픈 이별도 있을 테고, 시원 섭섭한 이별도 있을 터인데,

처음 예상한 20화를 훌쩍 넘어 50화까지 쓰면서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선명히 떠올라서 여기서 연재를 하는 동안은 저에게 치유 같은 날들이었고, 그분들에게 연락하여 감사함을 전하는 선물 같은 날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인사드리며 저는 정말! 물러나겠고,

<회사 생활>이 아닌 새로운 소설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찾아뵙는 날까지 건강하세요.

아, 참 그리고 이 글을 몇 년 뒤라던가 아주 늦게 읽으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혹시나 향수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생기신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백화점 C양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



첫째도 사랑, 둘째도 사랑
다음번 만남에도 기필코 사랑으로 만나자.
더 큰 어른으로, 더 넓어진 마음으로
우리는 머리 하나 정도 커졌겠지.
그러니 씩씩하게 두 손 흔들면서 만나자.
그러니 앞으로를 기대하며 나아가자.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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