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03
로테이션.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과, 나 스스로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했다.
여러 리더와 일하며 배우고 싶던 갈증을 느끼던 차이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편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단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안 가면 안 돼요?”
“너 여기 너무 오래 있었잖아. 아휴.. 너도 매니저 달아야 하는데....”
처음 부려보는 응석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으나 나도 내 마음을 몰랐다. 하지만 이내 곧 마음을 먹고 로테이션 준비를 해나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자리 2와 3의 간극을 느낀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고 생각하며 이건 하늘이 준 기회야. 더 이상 지체하지 말라는 기회.'
퇴직금 통장의 숫자는 생각보다 간소했다. 퇴사를 생각해 본 적 없으니 퇴직금의 숫자를 유심히 들여다볼 일 도 없었는데.... 이런, 꿈을 위해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금액.
하지만 으레 모든 꿈쟁이들은 이리 살지 않는가?
그렇다고 내가 8년 동안 회사를 다니며 착실히 돈을 모았어, 커리어를 쌓았어? 그냥저냥 입에 풀칠하기 바빴지.
몇 년 전, 같은 고민으로 머릿속이 뱅뱅 돌 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존경하는 스승님과의 통화를 했는데, 그때의 메모를 찾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분명한 것에 확실한 에너지가 있다는 한 줄이 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맞아, 나 이런 사람이었지?’
그리하여 도달한 결론은 몇 번의 런웨이와, 연기 오디션. 들어오는 일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니 역량을 키우자.
저는 이미 몇 달 전 서른 살이 되어 “시니어 모델” 이 되어버린 직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