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21
서울은 계속해서 내린 비로 뿌연 하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기분 좋은 뒤척임을 한참 하고서야 아침을 맞았어요.
오늘 하루는 어떤 색이었나요?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가는 여름이 아쉽다.
모든 것에 보내줌이 있다지만 좋아하는 것을 보내줄 때 어느 누구가 태연할 수 있을까 싶다. 늘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비둘기와 인사하는 이 출근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는 계절처럼 시간이 가서 오늘 있을 시향회도, 버스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쫓아가는 놀이도, 축축함 속에서 생기를 찾아내는 백화점의 비 오는 풍경도, 아침에 출근했을 때 백화점 통로에 나열된 교통 체증 같은 직원들의 우산도, 이제는 볼 일이 없을 거다.
매일 밤 내일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을 거고, 잘 다려진 유니폼을 보며 마음을 다 잡지 않을 것이고, 잠들기 전 스케줄 표를 연신 확인하며 알람을 맞추지 않을 것이다. 매일 아침 제조하던 아이스 라테가 그리 울 수 도 있겠다. 사람들이게 치여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한입 마실 때 싸르르 하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오는 커피맛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니까. 지하철에 타서 라테를 마셔주며 보는 영화는 출근길 힐링이었다. 잠시 일상에서 도망칠 수 있게 내 손을 잡아끄는 친구였다.
보내주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시간이든.
독자들이 별로 궁금해하시지 않을 이런 나의 구구절절함을 굳이 굳이 적어 내려간 이유는 너무나 사소해서 지나치고야 마는 것들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시간 속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남들이 보면 유난이라고,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내게 8년이라는 시간은 소중한 것들의 응집체이다. 구석구석 돌멩이들도 섞여있지만 그것들이 있어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오늘의 기억에 남는 고객님은 구매 후 한참 지난 시각, 매장으로 전화를 주셔서는 주차권을 등록해 달라는 고객이었는데, 고객의 위치를 먼저 물은 다음 주차무인정산기를 먼저 안내하고, 결제를 매장에서 한 게 아니라 등록 시 시간이 조금 소요됨을 안내하였다. 몇 초가 흐르고 다 되어가는 찰나 “안되면 됐습니다~” 하고 끊어버리셨다. 정말 2초 뒤면 됐던 것인데.... 최대한 빠른 등록을 하고 싶은 마음에 정신없었기 때문 인가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버버...
고객님! 2초만 더 기다려 주시지..!
그래도 오늘 매출이 만족스러우니, 내일을 기대할 것.
좋은 하루의 마무리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