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힘이 솟아난다는..
우리집은 가난하지 않았다.
다만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했을 뿐.
그런데 만약 그게 가난이라면
우리집은 응암동에서 제일 가난한 집이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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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난 항상 켈로그 콘 푸로스트 가 먹고싶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옆집 성규네 어머니와 시장에 다녀오셨다.
두 분이서 잠시 장 본 것을 내려놓고
안방에서 말씀을 나누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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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성규네 비닐봉지에서 푸르스름한 사각 박스가 비쳤다.
슬쩍 들춰보니 세상에 그 귀한 ‘켈로그 콘 푸로스트’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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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에 노란 켈로그를 붓고 우유를 부어
밥수저로 퍼먹을 옆집 성규를 생각하니
더 이상 눈높이 수학이 풀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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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니는 어림도 없겠지 하며
우리집 비닐봉지를 살짝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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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걸?
우리집 비닐 봉지에도 푸르스름한 사각 박스가 비쳤다.
나는 동생에게 달려가 기쁜 소식을 전했다.
민철아,
엄마가 시장에서 켈로그 콘 푸로스트를 사왔어.
거짓말.
진짜야 가서 봐봐.
맞지?
저기 파란색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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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나는 비닐 속에 비친 파란색 사각상자를 보며 기뻐했다.
어디서 호랑이 힘이 솟아났는지 눈높이 수학 국어 빨간펜까지 다 풀었다.
이제 옆집 아줌마가 가시고
어머니가 파란색 상자를 꺼내시며
‘짜잔’ 하시면 우리는 마치 몰랐다는 듯 ‘엄마 최고’ 하고 놀라는 세라모니를 한 뒤
대접에 한 가득 켈로그 콘푸로스트를 부어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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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옆집 아줌마가 가셨고 우리는 어머니만 바라봤다.
가서 공부 해야지 왜 엄마만 보고있냐며
어머니는 드디어 비닐에서 파란 상자를 꺼내셨고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상자를 여시고
하이얀 가루를 ‘한 스푼’ 퍼서 세탁기에 넣으셨다.
찬물에도 잘 녹는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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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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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 해 보면 다른 이유라기보다는
그날 따라 밤낮 집안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손이 가냘퍼 보여서였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