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ADHD가 있는지 몰랐어요.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라고 하고 있죠. 사실 이게 신기한 게 저 빼고 다 알더라고요. 다들 한 번쯤은 제가 ADHD가 있다고 의심했다고 하면서요. 어렸을 때부터 있던 것이 사라지지 않고 치료를 받았으면 그때 나았는데 못 받아서 성인 ADHD까지 온 건데, 성인은 뇌의 성장이 끝났기에 고칠 수는 없고 덜 고통받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분노 조절을 평소에는 잘하는 편인데, 선을 어느 정도 훅 넘으면 아 다 때려치워! 하고 나오는 성격이라 다들 의심했던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캐나다에 남으려면 아이엘츠 아니면 셀핍 시험을 봐야 하는데, 얘네가 시험 시간이 좀 긴 편이거든요. 그래서 집중력이 툭툭 끊기는 저에게는 큰 장벽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영어 리스닝을 하면 듣다가 놓쳐서 "어? 이 질문에 나오는 영어 단어와 내용 아까 방금 들은 것 같은데? 망ㅎ함ㅎ"하고 그 문제 틀리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실 리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 아 이거 문제에 나오는 거 어디서 읽은 거더라?"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문이 굉장히 긴 편입니다.
저는 이 시험을 거의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 시험이 아주 기똥차게 스니키(sneaky)해요. 그래도 수능보다 낫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수능은 너무 컴퓨터처럼 외우고 이상하게 답에 접근하는 기분인데 적어도 이 시험은 진정한 영어를 공부하고 있기는 하구 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시험은 ADHD인 저에게 너무 어렵습니다. 주의력이 정말 없어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하는 중 내가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대답과 하려고 뭔가 말하고 있는데 그 조금 전에 들은 대화 내용이 뭐였더라 아까 내가 무슨 말 했더라 할 때도 있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 졸려질 때도 많거든요. 심지어 우울증에 공황장애에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이 있어서 ADHD에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먹는 약은 도파민, 세로토닌, 그리고 어떤 약 2종류 더 있던 것 같은데 미국에 가면서 못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먹어도 안 먹어도 똑같은 느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효과가 좋았던 것은 잠자는데 돕는 신경물질이었습니다. 잠이라도 잘 자니까 정신적 고통이 덜 한 것 같더군요.
우선 성인 ADHD가 문제가 되면서 일할 때 얼마나 참기 힘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성격이 네~ 네 하며 말을 잘 듣는 타입인데, 한계에 도달하면 보통 사람 그 이상의 반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은행 해킹당해서 돈 빠져나가고, 누가 카드 훔쳐서 돈 쓰고 그 와중에 캐나다 직장에서 사수가 힘든 것도 있었고 집주인은 저에게 온 편지 등도 다 갖다 버렸다고 하질 않나.. 정신에 한계가 왔습니다. 그러면서 주의력 결핍이 더 심해지고 집중도 못하게 되면서 바로 전에 대화중인 것도 까먹는 사태에 이르면서 병원에 간 것인데, 인생에 꼬임이 많으니까 좀 힘드네요. 하지만 이 모든 게 인생 실패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려움을 조금은 극복하고 외국인 친구도 어렵지 않게 사귈 수 있을 만큼 영어도 결국 해냈고, 어려움을 직접 대면하다 보니 어떨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감각이 빨라졌으니까요.
성인 ADHD가 있는 것치고 노력으로 회계 자격증 5개도 따 보고, 영어 단어 Apple도 모르다가 지금은 영어도 쓸 수 있고 남자 친구보다 영화 볼 때 내용도 잘 기억하기 때문에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