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올리브영, 브랜드 경험 진단
CJ올리브영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내수침체로 대부분의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올린 눈부신 성과죠.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첫 매장을 연 이후, 올리브영은 한국 뷰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과거 경쟁사로 불리던 롯데의 롭스와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이제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올리브영의 홀로서기는 성공적이었지만 현재의 브랜드 운영 방식이 완벽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초기 올리브영의 성공 비결은 명확했습니다. 당시 화장품 매장은 대부분 브랜드 단독 매장의 형태였죠. 하지만 이니스프리, 미샤, 스킨푸드와 같은 단일 브랜드 매장은 고객이 서로 다른 제품을 비교하는 것을 원할 때 충족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올리브영은 이 지점을 정확히 공략했죠. 유명 뷰티 브랜드부터 검증된 중소 뷰티 브랜드까지,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는 드럭스토어 매장에서의 고객 여정을 다채롭고 편리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리브영은 자체 PB브랜드를 론칭하며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갔습니다. 또한 오늘드림과 같은 서비스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여 고객과의 접점을 다각화시켜 나갔죠. 특히 K-뷰티의 글로벌 인기는 올리브영을 해외 관광객에게도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글로벌 고객들도 한국의 다양한 뷰티 제품을 접할 수 있단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죠. 여기에 더해 건강기능식품과 헬스 제품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올리브영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여정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워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채로움은 어느새 고객의 피로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현재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하면 수많은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제품을 찾기 위해선 고객이 긴 여정을 감수해야 하죠. 원하는 제품을 찾아서 비교하고 선택하는 여정이 길어지면 고객들은 매장 방문 자체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객 여정이 길어질수록 고객이 느끼는 탐색 비용이 높아지고, 매장에서의 즐거움보다 피로감이 앞서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 만족도를 낮추고, 브랜드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위험요소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터치 포인트(Brand Touch Point) 관리가 핵심입니다. 브랜드 터치 포인트는 고객이 매장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비교하고, 선택해 결제하는 모든 과정에서 만나는 경험적 요소를 말합니다. 우리가 올리브영을 방문했을 때 보는 입간판부터 시각적 광고물(VMD), 직원 응대와 결제 과정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지금의 올리브영은 단순히 제품만 가득 채운 매장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여정을 분석하고 터치 포인트를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올리브영은 최근 매장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지향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미 기존 수많은 매장의 브랜드 터치 포인트를 한 번에 변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수반되기에 위험 부담도 큽니다. 이에 최근 올리브영이 찾은 해답은 매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전문화된 특화 매장을 오픈하고 있습니다. 앞서 2024년 11월, 올리브영은 서울 성동구에 '올리브영N 성수' 특화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12개의 전문관으로 구성되어 최신 K뷰티 트렌드를 큐레이션해 소개하고 각각의 조닝에 따라 다양한 뷰티·헬스케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특화 매장을 운영하면 고객은 더 간결하고 집중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탐색 비용을 줄이고, 브랜드 경험의 질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객들은 특화 전문 매장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러한 특화 매장을 고객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존 오프라인 매장도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 매장에 별도의 특화 조닝 공간을 구성하여 소규모로 운영하며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거죠. 투자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다양한 이벤트와 운영 방식을 테스트하기에도 용이할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올리브영에게 특화 매장은 매우 전략적인 접근입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터치 포인트를 제공하여 기존 매장의 부담감을 덜어내는 동시에 브랜드가 지닌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죠.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특화 매장들이 강남, 성수, 홍대와 같은 특정 지역에 머물러 있지만 매장의 특성을 더 세분화하고 지역을 다각화시켜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올리브영이 지금의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하려면 결국 고객 여정의 세심한 관리와 질적 성장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올리브영이 브랜드 터치 포인트 관리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여정을 개선하고 혁신을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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