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한 아이콘, 아이유를 브랜드 관점으로 해석하기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작품 자체가 매력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그 중심에 있는 배우 아이유의 연기력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하고 있죠. 특히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의 넓은 스팩트럼은 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아이유가 얼마나 대중문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 주죠.
아이유라는 브랜드는 이제 단순한 연예인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 속 하나의 상징이자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뛰어난 예술성과 탁월한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그녀는 보기 드문 브랜드 파워를 가진 인물이죠. 제가 문화평론가가 아니라 그녀의 음악성과 연기력을 평가할 순 없지만, 브랜딩 관점으로 바라봐도 아이유는 하나의 연구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만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솔로 아이돌로 데뷔한 아이유는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 아이유는 일반적인 솔로 아이돌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었죠. 사실 그 당시 아이유의 데뷔는 다소 실험적이기까지 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그룹 활동이 대부분이었던 아이돌 시장에서 솔로 아이돌 데뷔는 위험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아이유라는 브랜드에서 핵심이 되는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바로 '성장성'이죠. 아이유의 팬들이 아이유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녀의 '성장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유는 2010년대를 지나면서 Modern Times, 꽃갈피, CHAT-SHIRE, 밤편지, Palette 등 다양한 앨범을 발매하며 음악적으로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성공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그녀의 앨범 수록곡들은 음악적 완성도가 높아 당시 평론가들 사이에서 찬사를 받으며 대중적인 인기도 급상승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유라는 가수의 음악적 성장은 눈에 띄게 돋보였습니다. 작사, 작곡부터 앨범 디렉팅까지 직접 맡으며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독보적인 브랜드 포지셔닝을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아이유는 같은 시기에 음악적으로만 성장하진 않았습니다. 최고다 이순신, 프로듀사,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나의 아저씨 등의 작품을 통해 연기 활동에 대한 성장도 함께했습니다. 특히 페르소나와 나의 아저씨 작품 이후에는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탄탄하게 구축되었죠.
아이유가 이처럼 폭넓은 활동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계적 확장성과 도전에 있습니다. 연기 도전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소 긴 호흡의 주말 드라마부터 시작했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 브로커와 같은 예술성을 갖춘 작품에도 출연하며 점차 스펙트럼을 늘려왔죠. 이런 단계적인 성장은 아이유라는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브랜드 전략적으로 보았을 때, 아이유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은 매우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어느 한쪽으로 고정되기 마련입니다. 가수면 가수, 배우면 배우든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가 굳어지기 쉽죠. 하지만 아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확장되어 왔습니다. 흔히 아이돌 그룹 브랜드는 주로 높은 대중성을 가지지만 예술성에서는 낮게 평가되고, 싱어송라이터 타이틀이 어울리는 인디 뮤지션은 예술성이 높아도 대중성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유라는 브랜드는 이 틀을 깨고 X축(대중성)과 Y축(예술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죠. 가수로써도 연기자로서도 말입니다.
이러한 아이유라는 브랜드의 넓은 스펙트럼은 다양한 광고 모델로 기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그녀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요하 구찌, 친숙하고 젊은 이미지를 요하는 뉴발란스, 깨끗하면서 산뜻한 이미지를 요하는 참이슬, 높은 신뢰도와 스마트한 이미지를 요하는 우리은행, 트렌디하면서 힙한 이미지를 요하는 펩시 등 업종과 필요 이미지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기용되고 있죠.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하는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맞춰 아이유의 다채로운 이미지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아이유라는 브랜드는 특정 성별이나 연령층을 초월하여 다양한 소비자층에게 강력한 소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아이유(브랜드)와 이지은(개인)의 분명한 구분입니다. 아이유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이루며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반면, 이지은이라는 개인은 솔직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죠.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의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납니다. 스캔들이나 논란이 생겼을 때, 아이유는 이지은이라는 개인의 솔직한 모습으로 위기를 돌파해 냈죠. 그녀는 완벽한 척하지 않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당당히 사과하며, 오히려 아이유라는 브랜드 신뢰도를 더욱 높여왔습니다.
가수이자 배우인 아이유를 브랜드 관점으로 해석했을 때, 우리는 꽤나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브랜드는 결코 고정된 이미지나 영역에 한정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유가 보여준 것처럼, 브랜드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확장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신선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진정성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다양성 속에 명확한 정체성, 그리고 지속적인 진정성의 유지, 마지막으로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의 유연함. 이 모든 것이 아이유라는 브랜드가 대중문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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