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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도 너무 긴 아파트 네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운영전략, 이대로 괜찮을까?

by 오프너 Mar 27. 2025

치열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경쟁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란 단순히 거주 공간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지금의 아파트는 개인의 지위나 자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내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가 곧 나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며, 동시에 가장 큰 개인 자산으로서 가치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건설©현대건설

근래 건설업계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앞다투어 론칭했습니다. 대림건설의 아크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써밋 등이 대표적인 예이죠. 이러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은 론칭 초기에는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등장만으로도 아파트 자산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고, 분양 시장에서도 주목받기 쉬웠죠. 그러나 지금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운영 전략은 중장기적으로는 심각한 고민거리를 낳았습니다.

©대우건설©대우건설

가장 큰 문제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가 성공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기존 아파트 브랜드의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건설사의 아파트임에도 '우리 단지는 왜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가?' 하는 불만을 제기하기 쉬워졌죠. 이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가 론칭되기 전부터 기존 아파트 브랜드에 살고 있던 고객들에게도 같은 불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국 건설사 스스로가 기존 아파트 브랜드의 입지를 좁게 만든 형국이 돼버린 거죠.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는 건설사의 전체 브랜드 아키텍처의 균형을 깨뜨리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것은 향후 브랜드 운영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죠.


우리 집 주소가 '25자'라면?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브랜딩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입니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에 함께 등장한 것이 바로 아파트 단지 펫네임(Pet name)이죠. 펫네임은 아파트 브랜드 뒤에 붙는 서브 브랜드로, 주로 단지의 특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프리미엄화를 지향하며 펫네임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죠. 파크, 포레, 센트럴, 오션 등, 온갖 좋다는 펫네임이 난립하며 경쟁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브랜드 네임은 구별이 되면서도 기억하기 쉬워야 하지만 최근 이러한 아파트 단지 펫네임은 그 본질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부동산114©부동산114

실제 전남 나주의 한 아파트 단지 이름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2차)'로 무려 25자에 달합니다. 이러한 긴 이름은 오히려 아파트 단지 브랜드의 가치와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입주자 입장에서도 주소 하나 쓰는데도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죠. 또한 경쟁적으로 서로 좋다는 단어들만 사용하다 보니 차별화가 어렵고, 결국 나중에는 울트라 캡숑 슈퍼 짱을 가져다 붙여도 소비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지를 접하는 제 3자의 시각에서는 너무 과장된 느낌마저 들죠.


이처럼 초기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좋은 펫네임을 사용하여 성공할 수 있지만, 점차 경쟁이 과열되면서 브랜드 확장성에 한계가 찾아오는 모습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 강력하고 매력적인 브랜드와 펫네임을 기대하게 될 것이고, 건설사들은 결국 온갖 좋아 보이는 네이밍을 앞다투어 가져다 붙이며 경쟁이 반복되겠죠. 이는 향후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자산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차별화를 위해선

이제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 운영 방식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세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와 단지명을 없애거나 변경하는 방식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브랜드 운영 방식입니다. 건설사 내부적으로 자사의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 각 브랜드의 역할과 관계를 명확히 정의하는 브랜드 아키텍처 재정립이 시급합니다. 이러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건설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끼리 충돌하며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큽니다.

©대림산업©대림산업

브랜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차별화'입니다. 건설사들은 단기적인 마케팅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고, 아파트 브랜드의 가치와 경험이 소비자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브랜드 아키텍처를 명확히 설정하고,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와 명확히 소통하며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Brand management)에 대한 노력을 통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할 때만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성공이 가능할 것입니다.


©Op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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