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점이 같이 않았다.
행정사로서 내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사업가 마인드, 사업가 자세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직장인과 사업가 그 어디에 떠있는 기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행정서류, 절차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안하면서 이따금씩 사업가보다 회사 실무자로서 업무를 대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냥 주어진 업무를 잘 해결하면 되는데 내가 어쩌면 사업가라는 프레임을 대단한 그 문언가로 씌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정사가 되고 시간이 흐르니 동기 행정사들의 방향도 각자의 삶처럼 달라진다. 분명 합격자 발표 이후 모임을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실무교육을 함께할 때만 해도 우리 모두 '신입 행정사'라는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같은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서로의 경력과 경험의 깊이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 행정사들과 법인을 세운 동기, 벌써 월 천 이상의 수임을 받은 동기, 기업의 자문가로 활동하는 동기, 강연하는 동기 등등. 전해오는 동기들의 근황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날은 계약의 고비를 모두 넘기지 못하고, 아침부터 문의만 받다가 끝난 하루였다. 유독 동기들과 대비되어 작은 사무실에서 혼자 끙끙대며 버티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춰 보였다. 홀로 외딴섬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결코 같은 출발선에 서있지 않았다. 자격증이라는 표면적이 조건만 동일했을 뿐, 각자의 가진 배경과 경험, 인맥과 자본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이는 이미 풍부한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었고, 어떤 이는 재정적 뒷받침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동기들의 성공사례를 들을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밀려온다. 시험이라는 같은 어려운 난관을 겪은 동지이자, 미래를 함께 응원하기에 진심으로 그들의 성공을 축하한다.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서 그들의 성공과 성장이 내가 성장할 우리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된다. 그들의 성취가 나에게 다시금 동기부여가 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솔직히 부러우면서 불안하다.
'나는 왜 아직도 제자리 같을까?'
'내가 너무 나태한 건 아닐까?'
'사업을 너무 모르는 거 아닐까?'
이따금씩 스스로에게 외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는다. 마치 나 홀로 외딴섬에 멈춰있는 기분이다. 멀리서 각자의 항해를 위해 힘차게 나아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나는 왜 머물러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